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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에 반덤핑 관세까지…철판 깔기 힘든 후판사업

안에서는 전방산업 불황·밖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칼바람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3.21 16: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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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안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 밖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칼바람.'

요즘 후판사업이 닥친 상황이다. 철강산업의 주요 제품 중 하나인 후판은 최근 최대 수요업계인 조선사들의 불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안팎에서 불어닥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주잔량은 182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더욱이 신규 수주 물량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선박 인도만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수주잔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실제 철강사들의 후판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 불황과 중국 철강사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과잉공급으로 철강사들의 전반적 매출이 하락한 가운데, 후판의 매출비중은 더욱 줄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인 두꺼운 철판인데 주로 선박 건조에 쓰이는 조선용 후판과 건설·강관 등에 사용되는 비조선용 후판으로 나뉜다.

포스코(005490)의 경우 지난 2012년 후판 및 선재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7%에 달했으나 이후로 점차 줄어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28.4%에 그쳤다. 매출액은 2012년에 비해 절반 정도였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001230) 역시 매출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4개, 현대제철(004020)이 2개, 동국제강이 1개의 후판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해당 설비를 지금보다 더 줄일 것을 요구하나, 철강업계는 이 이상 후판사업의 설비 통폐합 및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설비를 감축하는 과정, 이어 향후 시황이 나아진 뒤 발생할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설비를 갖춘 포스코가 노후화된 후판1공장을 폐쇄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권오준 회장이 "당분간 폐쇄 계획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일본 신일철주금 오이타 후판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쟁자인 일본 후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후판 주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고급강 증산을 통해 수익률을 올리고 일반 제품은 자연스럽게 감산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시황이 좋지 않은 조선 대신 비조선용 후판의 판매를 다각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미 철광석·연료탄 등의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철강재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얻겠다는 철강업계의 전략이 오히려 불황에 닥친 수요업계에게는 중국산 저가 후판의 수입 확대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최근 크게 인상되면서 조선사들이 중국 후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주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조만간 한국산 후판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수입국들이 잇달라 내릴 반덤핑 관세 판정도 걸림돌이다.

업계 전언을 모으면 이달 말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에서 수출하는 후판에 대해 최종 관세를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부과받은 예비판정은 6.82%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예비관세보다 훨씬 높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 9일 미 상무부가 현대중공업이 수출하는 변압기에 대해 기존 예비관세 3%보다 20배 높은 수준인 61%의 관세를 부과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신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역풍을 그대로 맞은 결과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미 포스코는 지난해 8월 열연강판에 대해 총 60.93%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받기도 했다.

이에 권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후판에도 열연처럼 60% 이상의 과도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즉각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것"이라며 "향후 미국 현지에 통상사무소 등을 설치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달 초 후판에 대해 1~2%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받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역시 이번 최종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