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바이백에 흔들' 박삼구의 2012년 봄, 배상책임 어디에?

주주이익 외면…신한은행 워크아웃 부정개입 150억 소송 전례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21 15:45:3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금호타이어(073240)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 문제가 다시 부각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업체로 매각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새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자신에게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할 자격을 달라 주장하고 나서면서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박 회장은 금호가 일명 대우건설(047040) 인수에 따른 '승자의 저주'로 그룹 붕괴 위기에 처한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나중에 그의 사재 출연 등 노력이 인정돼 다시 금호산업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제 그는 이를 기반으로 금호타이어 등 흩어진 계열사 재인수 문제를 매듭짓고자 나선 셈이다.

그러나 혈세가 투입돼 살린 기업을 푼돈만 받고 돌려주는 게 과연 옳으냐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금호산업 경영권 회복에서 한 차례 거론됐던 우선매수청구권은 이번에 금호타이어 문제에서도 재차 이슈가 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바이백 옵션이다. 투자를 받을 때 나중에 조건이 달라지거나 상호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다시 살 권리를 유보하고 매각하는 것.

따라서 보기에는 경영이 어려워져 채권단 개입으로 회생 절차를 밟은 뒤 원래의 경영주체에게 이 같은 후한 조건을 주는 일련의 과정에 이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채권단 은행들이 본래 가진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고 원경영자(원소유주)에게 다시 일처리를 맡으라고 넘기는 셈이기 때문.

다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사리 살려낸 기업이 새 주인을 만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실무상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쪽은 M&A에서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새로 물건을 사려는 매수자 측에서는 가격을 써낼 때 우선매수청구권자가 "이런 조건이라면 내가 사겠다"고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인수전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측이 대부분 승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호산업(002990) 처리 문제에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의 단맛을 봤던 박삼구 진영은 이번 금호타이어 처리에서도 이 같은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에도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돼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회장 개인에게 주어진 옵션으로 못이 박힌 상황이다. 박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컨소시업을 구성하거나 금호 계열사를 끌어들여 일처리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이런 악조건 때문에 알짜 기업 금호타이어를 눈뜨고 중국 쪽에 넘기게 된 박 회장으로서는 대단히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소송 운운하며 채권단에 최후 통첩을 날리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지분을 가진 은행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다. 이들은 금호그룹이 난국에 처하면서 본의 아니게 주식을 떠안은 상황이다. 현재 보유비율상으로는 KDB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중 하나만 박삼구 진영의 컨소시엄 구성 인수 허용으로 조건을 변경하는 데 반대하면 안건이 부결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우리은행(000030)의 움직임이다. 산업은행이 그간 금호 처리에서 일방적이다시피 금호그룹 편들기를 한다고 비판받은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박 회장이 이번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상황을 일정한 제약에도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방약무인한 태도를 이끌었다는 것.

사안 전개에 따라서는 우리은행이 오히려 박삼구 진영에 손해배상을 해줄 여지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내부문서 살펴보니…우리은행, 2012년 배임적 행각에 눈길

우리은행이 2010년 당시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이었지만 막상 경영권 정리 이슈 등에서는 산업은행의 전횡에 끌려다니는 처지였던 것으로 일부분 알려졌다.

2010년경 금호가 '승자의 저주'로 힘들어하다 결국 통제불능 상황을 인정했을 때 우리은행 등 금융권도 피해를 입었었다. 심지어 2010년 1월에는 각 은행들이 부실채권 비율 산정을 할 때 금호 관련 건은 빼고 하자는 합의가 인정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외부 공시용 부실 문제와 금융감독원에 실제로 보고들어갈 때 가져가는 지표를 따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신한은행(055550)은 상대적으로 금호와 관련한 익스포저가 적어 부실 비율 조정에 어려움이 덜했다. 그렇지만 그룹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주거래은행 등 지위를 가졌던 우리은행 등은 당장 금호 익스포저를 넣고 부실 비율을 계산하면 이 비율이 1.5%선까지 치솟았다.

이에 같은 해 2월경 산업은행은 박삼구 진영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이 이런 문서의 존재를 인지한 것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소송 진행을 위한 핵심판단자료로 몇몇 사항에 질의서를 보내면서다.

그룹적통 구분, 박삼구 진영에 무게?

문제의 소송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골육상쟁 와중에서 일어난 '계열분리 논란'.

박찬구 진영은 경영을 똑바로 하지 못하는 박삼구 진영과 이미 사실상 결별한 상태이니,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 등 박삼구 진영의 직할대와 자신이 장악한 금호석화를 한 대기업집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계열분리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으로, 외형은 공정위와의 싸움이지만 그룹 적통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재판부는 금호산업(박삼구 진영)이 실제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힘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2012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금호석화(박찬구 진영)의 주장을 기각했다. 2015년 3월 대법원에서도 상고 기각했다. 금호그룹과 금호석화그룹이 분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더 나중의 일이다.

2012년 초겨울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올 무렵, 일부 매체에서는 산업은행이 금호가(박삼구 진영)에 경영권 보장을 하는 문서를 만들어줬다는 것을 인지했다. 판결 내용 취재에 따른 것으로, 이런 문서를 만들어준 것이 의외로 금호산업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아니라는 점이 보도된 바도 있다.

이같이 드러난 윤곽에 더해 더 자세한 내막은 이렇다.    

2012년 1월9일 서울고등법원은 우리은행에 질의서를 보냈다. 여기서 △채권단에서 박삼구 진영에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한 문서가 있고 이것이 내부적인(전체적인) 합의에 의한 것인지 △박삼구-박세창(박삼구의 아들)에 금호산업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하기로 한 바 있는지 등을 물었다.

우리은행은 문서를 받고 한참 후인 3월26일에야 회신을 보내며 '우리는 모른다'는 주장을 편 다음, 우선매수청구권 부여에 대해서도 '향후 변경될 수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우선매수청구권이 나중에 부여되고,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룹 전반에 대한 박삼구 진영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에 따라 박찬구 진영의 금호석화 쪽이 요구한 계열분리 인정을 기각)이다.

문제는 2012년 봄 이런 선택을 한 것이 이성적이지 않고,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손실을 보면서도 산업은행의 전횡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 된다.

심지어 2012년 11월 금호산업 리첸시아 PF 문제로 11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보도되는 등 산업은행과의 갈등이 계속됐다. 이 갈등은 11월 중 우리은행이 당초 주장을 굽혀 손실 가능성을 안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협상카드 들고도 리첸시아 손실 감수? 신한 소송 전례 참조할 만

우리은행은 2012년 초 법원의 힌트로 산업은행과의 협상 대결에서 강한 공격 소재를 얻었음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우리은행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지금 컨소시엄 불가 조건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것에 박삼구 진영이 아전인수 주장을 하는 논리의 상당 부분은 2012년 봄, 우리은행의 잘못 끼운 단추 하나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M&A 구도에서 잘못된 개입을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로 하는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신한은행은 신호제지 M&A에서 횡령적 행보를 보인 M&A 참여의 일방 당사자 편을 들었다가 150억원 배상을 선고(2016년 11월 대법원 확정판결)받았다.

결국 우리은행은 장래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업체 전반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매수 희망자인 더블스타가 이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