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는 박근혜가 파면 당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학회 간담회가 끝난 후 조용히 필자에게 다가와서 건넨 말이다. 이 말만 하고 그 선배는 조용히 나가버렸다. 간담회 날 종일 그의 주변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던 이유가 바로 탄핵에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이 선배의 한마디는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을 요즘 수없이 당하고 있다.
더욱 충격인 것은 "우리가 어떻게 만든 대한민국인데 이를 김정은한테 갖다 바치려고 하냐? 그 것만은 내 생전 눈뜨고 못 본다. 그 것만은 막아야 한다"라면서 태극기 휘두르면서 광장으로 뛰쳐나가는, 평소 훌륭하고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졌던 나의 지지자들, 친구들, 선후배들이다.
핸드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테러 수준의 문자도 그 핵심은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은 우리 대한민국을 북한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것이고, 이 모두가 탄핵에 찬성한 바른정당 국회의원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가짜 뉴스로 인해 심하게 왜곡된 민심이 탄핵 인용 후에는 사그라질 것을 기대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욱 고착화 되어가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고 우려된다.
그래서 이러한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의 정상화를 위해 이제껏 전개되었던 상황들을 냉철하게 되돌아 보며, 이 시점에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을 납득까지는 어렵더라도 나의 솔직한 생각을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사료되어 이 글을 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을 다시 정리하자면,
첫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대다수 국민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겨줬고 정서적으로 국민들께, 특히 여성들에게 오랫동안 수치심을 안겨줄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보수정권을 궤멸시켜 진보진영에 정권을 갖다 바칠 위험을 초래했다. 보수를 바로 세움으로써 정권이 진보 측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즉 건전한 보수와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일념 하나만으로 창당한 바른정당을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만약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보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거의 확실하며 그렇게 되면 박사모가 그렇게 우려하는 대로 북한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망하는 길로 빠르게 들어설 것이다.
셋째, "박근혜 전대통령은 헌법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파면한다"라는 헌재 판결문의 맨 마지막 이 문장 하나가 전체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고 볼 수 있다. '헌법 수호 의지가 없는 대통령은 단 한시도 국가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 라는 뜻이다.
즉 헌법을 지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동일하계 부여된 당연한 의무인데, 일개 국민도 아니고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헌법을 지키지 않았으니 파면은 당연 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분은 대통령이 딱히 파면될 만한 큰 잘못이 없었는데도 재판관들의 괘씸죄에 걸려서 부당하게 심한 벌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들께 이렇게 말 해주고 싶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국민들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를 스스로 박차버림으로써 불행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파면을 모면할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번번이, 더 나아가서 점차 더 강한 말투로 자기 잘못은 없고 본인은 대단히 억울하고 뭔가 함정에 빠진 기분이며, 모두 기획된 모함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들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수많은 기회들 중에서 가장 최근의 기회였던 12일을 보자.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서 친박 의원들과 박사모들에게 에워 싸인 채 국민들께에겐 한 마디도 없이 그냥 집안으로 들어가 버림으로써 정말로 마지막이었던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보통 시민이라면 길거리에서 어깨만 부딛쳐도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나라를 통째로 극심한 혼란에 빠뜨려서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창피하다 못해 수치심에 떨게 했다.
특히 청소년들로부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앗아갔고 여권운동을 수 십 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이런 다양한 사건들이 쌓이면서 많은 국민들을 슬픔과 무기력, 우울증에 빠지게 하였고 국가 경제를 극도의 어려움에 빠뜨리고, 외교마저 실종되어 국제사회로부터 대한민국이 소외되면서 조롱거리로 만들고 심각한 안보위협까지 초래됐다.
급기야는 본인 때문에 3명의 무고한 국민이 목숨까지 잃는 사고를 보고서도, "미안하다" 그 한마디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우리 박대통령 불쌍해서 어떡해?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고, 받은 돈도 없는데" 이 말도 이번 사태 중 자주 듣는 말이고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여성분들이 자주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에 보듯이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 보다 동정심이 많고 잘못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용서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용서해 주려고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용서해주려고 기다리던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든 잘못은 사과를 거부한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고 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이번 파면의 본질이다.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도 백 점 을 받는 것은 불가능 하다.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었더라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들 일부 험이 있었으나 공이 크면 허물은 덮어지게 마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일부 좋은 업적도 있고 사실 많은 보수 정치인들이 정계 입문이나 성장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잘한 업적도 이번 사태로 완전히 묻혀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너무나 엄중한 것은 보수를 완전히 괴멸시켰고 국민을 편갈랐고 국익을 해쳤고 특히 심각한 잘못은 대국민 사과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는 국민과 싸우려는 듯한 태도이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부 박사모를 방패 삼아 대국민 투쟁을 진두 지휘하는 듯한 태도를 버리고 4년 전 자신을 대한민국 최고 통치자로 선택해주었던 국민들께 사과함으로써 국민들 마음의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하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민 대통합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박인숙 국회의원(바른정당 정책위 부의장·서울송파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