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민 혈세 4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정부가 또다시 수조원대 추가 지원 방안을 결정하면서 채권단에 포함된 시중은행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원 규모를 약 3조원대로 잡은 가운데 국책은행은 물론 대우조선에 대출과 보증 형태로 채권을 보유한 시중은행들에게도 이번 지원에 대한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회사채 만기가 9400억원에 달하고 당장 다음 달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우조선 자금 지원을 위해 채권자인 은행들과 막바지 조율 중이다. 정부는 오는 23일경 대우조선에 대한 3조원 안팎의 추가 지원 규모와 방식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우조선에 수천억원대 익스포저(대출+신용보증)를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이번 지원 방안에 따라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대우조선에 대한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해당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0.85%(정상)에서 최소 7% 이상(요주의)으로 힘겹게 쌓았지만, 이번 추가 지원에 충당금 부담을 직격으로 맞게 될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충당금 추가 적립은 당기순익과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으로 이어진다. 요주의로 분류한 대우조선 여신을 '고정' 이하로 조정할 경우 충당금은 현 수준에서 최소 2배 이상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자산 건전성 및 자본 적정성에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명확한 지원 방안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대우조선 여신에 대한 건전성 등급을 '고정' 혹은 '회수의문'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정부가 추가 지원 방침을 내세우면서 모든 채권자의 고통분담을 내세우고 있어서 시중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 지원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우조선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최소 3조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원칙대로 시중은행들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5대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지원 규모는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추가 지원에 대한 은행들의 처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대우조선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차별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은행 별 대우조선 익스포저는 △NH농협 1조158억원 △KEB하나 7784억원 △KB국민 5634억원 △신한 3139억원 △우리 2096억원 순으로 최대 약 8000억이나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우조선 익스포저가 가장 큰 하나와 국민은행은 대략 10% 안팎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우리은행의 경우 충당금 적립비율은 58.4%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충당금(1180억 원)을 적립했다.
지원 여력에 대해선 은행들이 각기 다른 처지에 놓여있지만, 추가 충당금을 쌓을 경우 올해 실적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추가지원에 대한 의견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다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조선 여신에 따른 충당금을 겨우 확보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여서, 추가 지원하라는 정부 요구엔 반대매수권을 행사하고 싶은 생각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거절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 방안과 국책은행의 지원 규모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지원 여력을 언급하긴 어렵고, 이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