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초 '가짜' 홍삼 원료를 사용해 홍역을 앓은 천호식품 창업자 김영식 회장이 적반하장으로 응수했다.
공식 웹사이트(쇼핑몰)에 올렸던 사과문이 석 달도 안돼 철거됐으며 본인 실명이 거론된 포털 사이트 게시물에 대해 직접 저격에 나선 것이다.

천호식품은 지난 1월 '홍삼 100%'로 광고한 일부 제품에 물엿과 캐러멜 색소를 혼합한 것이 드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 회수와 판매중지 처분을 받았었다.
김영식 회장은 일명 "남자에게 참 좋은데" 광고 외에도 다수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먹어보고 효과가 없는 제품은 고객에게 권하지 않는다"라고 장담했던 만큼 식약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또한 잘못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는 당시 김영식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비판하는 카드뉴스를 본지와 포털사이트 내 공식 포스트(http://post.naver.com/newsprime25) 에 게재했다.
이에 김 회장은 2개월 넘게 흐른 지난 16일 오후 해당 포스팅에 대해 게시금지 요청을 했고 네이버(035420)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유는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이었다.

이는 천호식품의 기업관에 어울리지 않는 사과문을 비판하면서 '올바른 사과'의 다섯 가지 원칙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천호식품 측 반론을 담으려 했지만 당시 회사 관계자들은 취재에 제때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보도는 네이버 직업전문 섹션(JOB&) 메인 커버를 장식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늦어도 너무 늦은 김영식 회장의 이의 제기는 의문투성이다. 사회적 악영향이 우려되거나 치명적인 개인 신상 노출이 아닌 이상, 평판 보도에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조회 수 높은' 게시물을 덮으려는 의도가 다분한 탓이다.
네이버를 비롯해 포털사이트 다수에도 본지를 비롯해 다수 언론사의 관련 보도가 여전히 노출되는 상황에서 유독 '천호식품' 검색 결과 상단에 오른 포스팅을 본보기 삼은 것은 일반 소비자의 눈을 가리기 위한 악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논란 이후 김 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이미 아들 김지인씨가 김 회장(8.5%)의 두 배가 넘는 22% 상당의 회사 지분을 확보한 게 뒤늦게 알려져 비난 수위가 높아진 것 역시 그가 온라인 상 비판적인 게시물에 입막음을 시도한 이유로 꼽힌다.
천호식품은 사모펀드 두 곳이 49.5%의 지분을 차지해 김 회장 일가로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평판이 중요한 식품업계 특성상 노골적인 비판이 담긴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2세 경영에 부담이 되므로 이를 막으려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본지가 김영식 회장의 지난해 '촛불 비하 발언'을 카드뉴스 형태로 담은 게 거슬렸을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글자 형태 기사보다 카드뉴스의 파급력이 크고 김영식 회장의 문제 발언을 지적한 몇 안 되는 언론사로서 이른바 '저격'당했다는 얘기다.
식품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업체들마다 '박근혜 지우기'에 혈안"이라며 "가뜩이나 소비자의 힘이 커진 상황에서 언제든 구설에 오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보수 성향의 김영식 회장이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했고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폐족'으로서 아들의 경영권과 회사 평판을 위해 언론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논란 때마다 회사 측은 "연 매출 700억원 조금 넘는 작은 회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이미 빛을 잃은 '흙수저 신화'에 공감할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