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정국은 본격적인 대선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10일부터 두 달 후인 5월9일이 다음 대통령 선거일로 정해졌다. 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의 파면 과정을 지켜보면서 너무나 지쳐버린 국민들 입장에서는 선거를 언제 치르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지, 도대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에 관심이 갈 것 같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국가 운영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헌재의 결정에도 승복 못하겠다는 식의 태도에, 누구를 뽑아야 이런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인지를 염려하면서 말이다. 개개인이 선호하는 대통령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염원은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다시 태어나려 한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끌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우리 아이들과 젊은 층에게는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열어줘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간절한 염원이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도덕적이기는 고사하고 온갖 거친 막말을 쏟아내면서 서로 상대방을 탓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사태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파렴치한 모습만이 난무한다.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그중에서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열기 위해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평등과 공정을 강조하고, 또 실천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우리나라 현실과는 너무 비교된다.
우리네 입장에선 멀고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부럽다 못 해 화가 나고 슬프다. 왜 우리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우리도 대통령의 평화로운 퇴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2세 등 모두 5명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국민들의 존경 속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임기도 제대로 못 채운 파면 대통령을 비롯해 재임 기간의 비리가 불거져 고초를 겪거나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생존하는 대통령 중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이는 없다.
존경은 커녕 퇴임 후 자신의 안전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처지로 지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이다. 논리 대 논리, 고집 대 고집, '우리 편 이외의 것들은 사라져야만 한다'는 식의 전투적 리더십은 갈등구도로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매우 고전적인 전략이다. 주로 전쟁을 치를 때 우리 편을 독려하고 결속시키려 할 때 쓰는 방식이다.
대한민국은 힘을 모아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외롭게 서 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과의 영토분쟁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고 있다. 또 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실체 논란 역시 역대 최악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를 두고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 갈팡질팡이다. 국가 수립 이후 외교 여건은 연일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의 길을 걸어왔다. 혼란의 연속이다. '집안이 화목해야 바깥일이 잘된다'고 했다. 작금의 상황에서 편 가르기 식 리더십은 매우 위험하다. 요즘처럼 외세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도 복잡하게 얽힌 때가 없었다.
편 가르기 식 리더십은 자칫 외세와의 결탁을 더욱 견고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미국 편, 나는 중국 편' 등의 사대적인 자세가 쉽게 조성될 수 있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나라는 단단하게 결속해야 한다. 국민 통합이 절실하다. 무엇으로 하나가 돼야 하는가. 바로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서로 화해하고 포용해야 한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해야 한다. 이런 국민적 하나 됨이 바탕이 돼 있을 때 강력한 국가가 실현된다. 외세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고, 국가적 실익을 실현할 기본기를 갖출 수 있다.
그래서 국민적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리더십, 갈등과 분열로 지친 국가적 진통을 치유할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분열과 분노를 조장하는 리더십은 위험하다. 탄핵정국 때 보아온 분열과 갈등과 혼란을 다음 정권 때까지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새로운 세상을 열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기성세대는 우리의 젊은 세대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겼다는 점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은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적으로 몰아붙여서 영원히 제거할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이런 사회였다. 법과 상식에 어긋나더라도 같은 편끼리만 잘 살면 된다는 그런 식의 통치를 해왔다. 국민들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촛불과 횃불을 들었고, 마침내 해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불로 태워버릴 것 같은 기세로 분노를 표출했던 것은 과거 이야기다. 탄핵 논의라는 치열한 논쟁 중에는 그만한 에너지가 있어야만 했다. 기울어진 뭔가를 바로 세울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열 때는 '분노의 불'을 '따뜻한 모닥불'로 바꾸어 모든 이를 포근하게 끌어들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말했던 "반목과 분열을 떨치고 화합하고 상생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순 언론학 박사 /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