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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3월 주총에 드리운 박근혜-최순실 그림자

신세계·GS·LG·현대모비스…강제모금 책임자 대거 재선임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3.15 17: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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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그에 대한 사법부의 수사와 처벌 집행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합리적인 국민으로서 완연한 봄을 맞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파면된 박근혜 정권의 '마르지 않는 돈줄' 노릇을 했다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대부분 경영권과 각종 이권을 대가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을 '상납'해 대중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이사회는 존재감조차 없었다.

◆회사 공금 전용, 정경유착 오명은 덤

기업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설립을 주도한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뭉칫돈을 출연한 것에 대해 강요에 따른 억지 기부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에 응한 것 자체가 회사 공금을 부당하게 전용한 것이고, 회사 간판에 정경유착의 오명을 씌운 것이다.

심지어 재단의 모금 과정에서 당연히 작동했어야 할 기업 이사회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사회 구성원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당사자의 책임을 묻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게 상식적이다.

최근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의 정기 주주총회(주총) 안건 분석에 따르면 이달 본격적으로 개최되는 주요 기업의 정기 주총은 여전히 비상식의 영역이다. 기업들은 일제히 기존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을 재신임했거나 그럴 예정이다.

지난 10일 정기 주총을 마친 신세계(004170)와 이마트(139480)는 문제 인물들이 대거 연임됐다. 신세계는 작년 4월 박 대통령과 측근 최순실이 설립을 주도한 케이스포츠재단에 1억5000만원을 출연했고 이마트도 3억5000만원을 건넸다.

신세계의 경우 김주영, 안영호 감사위원을 각각 재신임, 신규 선임했다. 김주영 감사위원은 2015년 신세계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으며 한국프랜차이즈학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안영호 감사위원은 LG화학 사외이사를 겸직 중이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그는 전 공정위 정책개발 기획단장과 서울지방공정거래 사무소장, 공정위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관피아'로 박 위원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LG화학은 2015년 말, 지난해 4월 미르재단 등에 48억9000억원을 기부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 역시 이갑수 대표이사 사장과 박재영 감사위원을 재신임했다.

이갑수 이갑수 사장은 지난해 재단 출연증서에 직접 서명했으며 2010년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자치비서관 출신의 박재영 감사위원은 2015년 처음 선임돼 이 같은 결정을 사실상 방임했다. 청주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김성준 감사위원 역시 재선임됐다.

포스코(005490)는 2015년 11~12월 미르재단에 30억원, 지난해 4월 케이스포츠재단에 19억원 등 총 49억원을 내놨다. 눈에 띄는 것은 청와대의 인사개입 의혹까지 겹친 권오준 회장의 연임이 가결된 것이다.

권 회장은 재단 출연증서에 직접 서명했으며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자료를 보면 그가 2017년 처음 회장직에 오를 당시 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권 회장의 선임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GS 허태수 부회장 '고려대 인맥' 줄줄이 연임

GS그룹 계열사도 줄줄이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GS리테일(007070)은 2015년 말 미르재단에 2억3000만원을 기부했고 당시 사장이었던 허연수 대표이사를 지난 10일 재선임했다. GS홈쇼핑(028150)도 작년 7월 두 재단에 모두 2억4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회사는 허태수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가결했고 권수영, 구희권 감사위원도 잇달아 임기가 연장됐다. 특히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측은 지배주주와 임원 관계인 세 사람이 고려대 동문으로 학연에 엮인 만큼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오는 17일 일제히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LG그룹 계열사들도 유사한 안건을 대거 상정한 상태다. 먼저 케이스포츠재단에 3억5000만원을 출연한 LG디스플레이(034220)는 그룹 지주사인 LG의 하현회 대표이사 사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할 방침이다. 하 사장은 LG계열사 8곳의 재단 출연증서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억8000만원을 출연한 LG전자(066570)와 4억4000만원을 낸 LG생활건강(051900)도 각각 정도현 사장(CFO)과 표인수 감사위원의 재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정도현 사장은 30년 이상 LG그룹 재무를 책임졌던 '살림꾼'이었지만 역시 재단 출연금 지출을 견제하지 못했다.

표인수 감사위원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미국 변호사로 2014년부터 감사위원이었다. 아울러 그가 소속된 로펌은 LG그룹이 진행 중인 민사소송 사건 32건 가운데 40.6%에 해당하는 13건을 수임해 중요한 거래관계인 탓에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재단에 총 3억원을 출연한 아모레퍼시픽(090430)도 당시 감사위원이었던 김성수 위원의 재선임안을 상정했으며 총 31억9000만원의 출연금을 얹어준 현대모비스(012330)도 이태운, 이병주 감사위원을 재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서울고등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인 이태운 감사위원과 전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이병주 감사위원은 재단 기부금 관련 조치에 소홀했다. 이뿐 아니라 2014년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 없이 이사회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일임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