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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상생 저버린 갑질 '후려치기' 끝은 어디?

삼겹살·한우 할인행사 명암…생색은 내 몫, 부담은 협력사 몫?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3.15 16: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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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형마트업계 1위 이마트가 할인행사 시 협력업체에게 부담을 지우는 '악습'을 되풀이하면서 관련 납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할인행사 때마다 협력업체에 도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강요하는 것이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3일 '삼겹살데이'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협력업체에 삼겹살 납품가를 30% 내려 제공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삼겹살데이를 맞아 삼겹살과 목심을 정상가 2040원에서 390원 할인한 1650원에 판매했다. 더불어 행사카드 결제 시에는 100g당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이는 정상가 대비 50% 저렴하고 지난달 100g당 1400원가량이던 국내산 삼겹살 도매가와 비교해도 70%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이마트가 '금겹살'이라고 불릴 만큼 비싼 삼겹살을 이같이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던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납품단가에 있었던 것.

당시 이마트가 해당 행사를 위해 유통업계 최대 물량인 500톤을 마련했는데, 이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협력업체를 상대로 납품가를 후려쳤다는 게 해당 납품업체의 주장이다.

실제 타 대형마트들의 당시 납품가는 1100~1200원대 수준이었으나 이마트는 950원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정상 판매 가격은 △이마트 1650원 △농협 하나로마트 1380원 △홈플러스 1190원 △롯데마트 1160원 순으로 이마트가 가장 높았다.

심지어 이마트는 제휴사 혜택을 받는 카드 행사가도 납품가보다 높게 책정해 타 업체들과 달리 철저하게 '남는 장사'만을 고집했다.

행사 카드 적용 시 이마트는 990원, 롯데마트는 980원에 삼겹살을 팔았는데 이마트는 납품가보다 40원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 이득을 챙겼다. 롯데마트는 납품가(1150원)보다 170원 저렴하게 판매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 홈플러스의 경우 카드 행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판매가를 납품가와 같은 119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삼겹살 대신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을 시세대비 고단가로 매입하거나, 행사가 끝난 뒤 삼겹살 납품가를 높여주기 때문에 납품업체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라고 해명했지만, 납품업체의 입장은 달랐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 시간에 전체 매출의 50%가 발생할 정도로 행사 기간과 비(非)행사 기간의 매출 차이가 크다"며 "행사 기간이 아닐 때 납품가를 높여도 행사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마트에 따르면 삼겹살데이 행사 기간(3월1~7일) 중 이마트의 삼겹살 매출은 행사 기간이 아니었던 2주 전과 비교했을 때 269% 신장했다.

더불어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이번 삼겹살데이에 판매한 삼겹살 물량은 320톤가량으로 평소 판매량에 비해 5배 이상 많았다. 납품가 상승폭과 물량 감소폭의 차이가 너무 커 납품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특히 양돈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 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이 관계자는 "돼지고기 납품업체의 경우 크게 양돈조합과 개인업체로 나뉘는데 은행수익이 높은 양돈조합과 달리 개별업체들은 납품가를 낮춰 적자가 나면 운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나아가 이마트의 이러한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도 납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창립기념행사 때도 삼겹살을 900원대에 판매하고 납품업체에 부담을 안겼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1년에 3~4차례 정도 협력사에 납품가를 낮출 것을 요구한다고 들었다"며 "보통 창립기념행사나 여름휴가 시즌행사 등 대형마트 대목으로 알려진 시기라 협력사들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삼겹살 등 돼지고기뿐 아니라 한우 납품에도 이마트의 '갑질'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우의 경우 돼지고기와 달리 업체별로 납품가가 비슷해 후려치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타 대형마트들이 한우를 마리분으로 구매하는 것과 달리 이마트는 부분육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납품업체들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는 돼지에 비해 부위가 크기 때문에 부분육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보통 앞다리살 등 국거리용 소고기는 구이용 등심에 비해 판매량이 저조하다. 때문에 이마트와 같이 한우 등심 등 인기 부위만을 부분육으로 대량구매하게 되면 납품업체들은 판매하고 남은 부위를 다른 곳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수요가 많지 않은 비인기 부위를 대량으로 떠안게 된 납품업체들은 손해를 보면서라도 이를 싼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 부담은 납품업체에 떠넘기고 생색은 이마트가 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말 '한우데이' 행사를 전개하면서 등심, 채끝 등 구이류 물량 구성비를 50%로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알렸었다. 올해 삼겹살데이에도 한우 소비 촉진을 명목으로 돼지고기와 함께 한우 전 품목을 한우데이 때보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