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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내 쉴 곳은 어디…" 애환의 한화 금융센터 청소부

김수경 기자 기자  2017.03.15 16: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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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청소노동자 및 환경미화원의 평균연령은 57.9세였습니다. 특히 여성 근로자 수가 남성 근로자보다 갑절은 많았는데요. 우리네 어머니들이 우리 주변 곳곳을 청소해주고 있던 것이죠.

'효(孝)'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는 어머니뻘인 청소노동자에게 무관심합니다. 아니, 무관심을 넘어서 자신의 어머니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하곤 하죠. 

일례로 지난해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휴게 공간과 상습적인 성추행 등을 이유 삼아 파업을 했었죠. 울산과학대에서는 지난 2014년 6월부터 임금 인상 관련 농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 9개 국·공립학교 청소·경비원도 지난해 말 전면 파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금융가, 왠지 젠틀해 보이는 서울 여의도에서도 이 같은 청소노동자들의 인권 침해가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여의도공원 인근 우뚝 솟아오른 한화(000880) 금융센터빌딩인데요.

기존에는 한화투자증권(003530),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000370·이하 한화손보) 이 세 곳이 지분을 나눠 운영했지만, 지난해 5월 한화손보가 지분 100%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토지와 건물을 1327억원, 한화자산운용은 225억원에 한화손보로 넘겼죠.

지하 7층, 지상 27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연 면적이 무려 약 5만9640㎡(1만8041평)입니다.

가끔 그곳을 들릴 때마다 '건물이 참 깨끗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런 인식을 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이 뒤에서 고생하는지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뼈 빠지도록 남들 몰래 일하는 분들에게 쉴 곳은 없었습니다. 34층 중 달랑 쉴 곳은 지하 3층 주차장 구석에 마련된 사무실이었는데요. 층마다 돌아다니며 청소해야 하는 청소 미화원들이 편히 쉬기엔 너무나도 부족해 보입니다.  


궁여지책으로 마련된 곳은 화장실 안에 숨겨진 전기실. 한화 금융센터빌딩에서 일하는 관계자 전언을 빌리면 전기실 안에는 약 3만볼트의 전기가 흐르고 있다네요. 통상 호신용 전기충격기가 3만~6만볼트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이 마음 편히 쉴 곳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실제 살펴보니 어둡고 매캐한 공간에는 전기선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곳에 의자 몇 개가 덜렁 있었고요. 

이곳의 한 청소 미화원은 "사람은 들어가 쉴 만한 마땅한 휴게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금 이곳은 사람이 들어가면 위험하기에 미화원 누구도 들어가 쉬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죠. 의자 몇 개와 청소 도구들이 나뒹구는 곳에서 누가 고된 몸을 기댈 수 있을까요. 

하나 짚자면 한화손보의 지난해 3분기 사회공헌 성적은 손해보험사 중 최고 수준입니다. 당기순익 대비 비율이 2.14%로 이곳저곳에 많은 도움의 손길을 뻗쳤죠. 박윤식 한화손보 대표는 회사 봉사단 단장으로 온갖 물적·인적 자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밖이 아닌, 회사 건물 속 노동자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는 살펴보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측은 용역업체에서 관리하는 노동자이므로 우리와 큰 상관이 없다며 책임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는데요.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근로조건은 원청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원청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이들의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것이죠. 앞서 말했던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무지에서 파업을 벌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같은 용역업체 소속이라도 근무현장에 따라 조건이 확연히 다르므로 각각 현장마다 노조를 설립해도 된다는 판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화 금융센터빌딩에서 청소 중인 한 분에게 "그래도 이곳은 대기업 건물이 아니냐"고 물었는데요. 돌아오는 답변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한탄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