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없는 사회' 조성을 위한 실물화폐 줄이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편의점,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남은 잔돈을 카드 포인트로 충전 받을 수 있는 '캐시리스(Cashless) 서비스'를 도입하겠다." -한국은행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방안 중 하나로 편의점, 마트 등에서 물품대금을 결제할 때 소액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캐시백(CashBack)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 -금융감독원 |
[프라임경제] 한국은행(한은)과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의성 증대'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맥이 다른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서비스 제공 방법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시리스·캐시백, 양쪽 서비스의 시범사업대상자로 지정된 편의점업계의 불만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은 전국 편의점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잔돈이 발생하면 동전 대신 원하는 카드에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잔돈을 전자화폐, 포인트, 선불카드 등으로 주고받도록 해 동전이 필요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사업 대상인 편의점의 경우 선불카드 인프라가 다 갖춰져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동전 사용이 점차 줄어 회수율은 10%에 불과하지만, 매년 새 동전을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백억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해 구상하게 됐다. 실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은이 동전을 새로 만드는 데 들어간 금액은 매년 평균 600억원에 이른다.
한은은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의점뿐 아니라 마트, 약국까지 다양화될 예정인데 다음 목표는 '현금 없는 사회'다.
반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추진 중인 캐시백 서비스는 고객이 체크카드나 현금IC카드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카드와 연결된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4500원짜리 상품을 구입하고 3만원을 결제하면 물품과 2만5500원을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11월 KEB하나은행, 12월 KB국민은행이 각각 16곳 위드미 매장을 통해 시범사업을 전개했다. 올해에는 전국 1700여개 점포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편의점 캐시백 서비스에 참여하는 곳은 △위드미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이다. 여기에 농협은행도 이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시중은행 참가 확대에도 캐시백 서비스 이용건수는 편의점당 일평균 2건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숫자가 현금지급기(ATM)기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홍보도 덜 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은행 ATM 기기는 4만5000여개로 편의점 점포수(3만5000개)를 웃도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편의점 서비스라 해도 은행 영업시간 외 타행 ATM 수수료인 1000원보다 100원 저렴한 900원의 비슷한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굳이 캐시백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소비자심리도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업계의 불만도 존재한다. 편의점들이 캐시백 서비스를 도입하면 업무 부담은 물론 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한은이 추진 중인 '동전 없는 사회', 즉 잔돈 적립서비스와 달리 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로는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물건 구매는 기존 카드 결제와 같은 밴(VAN)사 결제망을 통해 처리되지만, 현금인출은 기존 은행 자동화기기(ATM)와 같은 현금IC카드망으로 이뤄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점주는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캐시백 서비스지만, 이용건수가 늘어도 편의점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며 "서비스 제공으로 직원 업무량 증가는 물론 고객 응대 시간이 길어져 오히려 고객 불만만 커질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만약 캐시백이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 우리(편의점)가 갖고 있어야 하는 현금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범죄 표적이 돼 강도가 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캐시백 서비스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 쪽에선 현금 없애기, 한 쪽에선 현금 늘리기 사업을 실행하며 업계에 혼란을 준다"며 "서비스 확대에 앞서 어떤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일지, 장단점을 파악하는 등 한은과 당국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