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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구설수 시달리는 르노삼성

SM6 주요 트림 가격인상 폭↑…"원자재값 상승·기본사양 강화"

노병우 기자 기자  2017.03.14 15: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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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는 물론, 수입 브랜드들까지 대동단결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격인하 경쟁에 나선 것이다. 출시부터 기존 모델과 가격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게 책정, 혹은 출시초기에 일찌감치 할인 프로모션에 돌입하는 식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기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녹록치 않은 시장상황을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으며, 연장선상의 이유로 판매량 극대화를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일단, 국산 브랜드 중 한국GM이 올 뉴 크루즈의 출시가격을 트림별로 최대 200만원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한 것이 눈에 띈다. 

당초 올 뉴 크루즈는 9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가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한국GM 측은 경쟁차종 대비 고사양으로 제작된 만큼 고급화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안팎으로 험난한 여정을 겪자 결국에는 백기투항을 하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번 할인은 공격적으로 시장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특단의 조치이자, 전례 없는 공격적 가격설정"이라며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과감한 가격인하 조치를 통해 준중형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중형세단 '쏘나타 뉴 라이즈'를 출시하면서 상품성 개선에도 가격은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했다. 

현대차가 가격인상을 최소화한 것도 중형 세단시장에서 쏘나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했고,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또 기아차도 올 뉴 모닝에 대해 출시 첫 달부터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간 상황.

할인경쟁에는 수입 브랜드들도 동참하고 있다. BMW 코리아는 지난달 말 출시한 5시리즈 각 모델의 기본 트림 구매자에게 250만원 상당의 서비스센터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사양화했음에도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다. 

더불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XF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XF 가격을 최대 300만원까지 내렸으며, 여기에 5년 동안 소모품을 교체해주는 서비스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시트로엥은 소형 SUV C4칵투스 가격을 200만원 내렸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는 원자재 가격상승을 이유로 올해 들어 주력 모델인 SM6와 QM6를 비롯해 전 차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GM을 비롯해 다른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상품성 개선 혹은 신차인 상황에서도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한 것과 대조되는 결정이다.

때문에 르노삼성에 대해 최근 상품성 개선도 없이 슬그머니 가격만 올리는 얌체 인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중형 세단 SM6 가격을 트림에 따라 10만원에서 최대 75만원까지 인상했다. 또 다른 볼륨모델인 QM6 가격도 30만~35만원 올랐다. 이 밖에도 QM3를 비롯해 △SM3 △SM5 △SM7의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격인상은 매우 조심스러운 결정인데 이번 르노삼성의 가격인상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다른 경쟁 브랜드들이 가격인하나 동결을 너도나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르노삼성의 가격인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인상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슬그머니 올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르노삼성은 "포스코 강판 등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고, 가격을 조정하는 대신 기본사양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즉, 기존에는 옵션으로 넣어야 했던 기능(방음처리 윈드 실드 글라스, LED 주간주행등, 전자식 룸미러 등)들을 기본 적용해 가격 인상분을 최대한 보전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홈페이지에서 나온 가격표만 수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구매고객들에게 가격에 대한 사전설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이 같은 해명에도 소비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눈초리는 계속 되고 있다. BMW는 M스포츠 패키지 얹었고, 현대차 쏘나타는 대대적 페이스리프트를 하고도 가격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쏘나타 뉴라이즈를 출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일부 낮춘 바람에 SM6의 가격이 쏘나타보다 200만~400만원 더 비싸졌다.

이와 함께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 2월부터 국내 판매 전 차종 가격을 0.8% 인상하는 등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펴고 있다. 2013년 이후 4년 만의 가격 인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가격인상 요인에 대해 자재비와 물류비, 제품사양 업그레이드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어 닥친 경기불황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신차 판매가 과거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 때문에 국산 및 수입차 브랜드들이 신차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치열해진 브랜드 간 경쟁에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가격인하를 선택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가격인상을 소비자들이 곱게 볼 리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물론, 르노삼성이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가격인하 정책을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두 브랜드가 지난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거뒀고, 특히 르노삼성은 국산 완성차 브랜드다 보니 가격인상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힐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