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은행(000030)의 과민함이 결국 박삼구 진영의 몽니까지 불러들였다?
금호타이어(073230) 매각을 둘러싸고 브랜드 사용료 문제가 막판 복병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그룹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이번에 중국기업인 더블스타가 약 9600억원을 제시하면서 새 주인을 찾는 것으로 보였다.
이 상황에서는 원래 금호 가문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의중이나 경영권 회복 바람은 크게 작용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자금력이 부족하지 않은 더블스타가 물러설 의사가 없는 와중에, 박 회장의 경우 어디까지나 개인 자격으로 인수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라는 족쇄를 차고 있기 때문.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가졌지만 컨소시엄 구성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어디까지나 계열사 도움 없이 혼자 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조건을 부여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주 "금호타이어 매각 전에 상표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호에 대한 상표권은 금호산업(002990)과 금호석유화학(011780)이 가진 만큼, 중국업체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표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
즉 브랜드 사용료 문제를 협상하라는 것인데, 아주 큰 난제인 셈이다. 매각에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걸고 싶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반의 입장은 물론, 형제 갈등을 겪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 필요가 없는 금호석화 진영 모두 협상에 협조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작다.
◆금융권, 국세청에 시달려 정확한 처리 원하는 듯
이를 놓고 지나친 발목잡기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블스타가 제안한 본입찰 제안가를 100% 수용한 가격이 바로 위의 합의안이었는데, 이는 주당 가격을 1만4389원으로 잡은 것이다. 9일 당시 시가가 818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76%나 할증한 '후한 조건'이다.
그런데 다시 브랜드에 값을 내라는 카드를 새로 들이민 셈이다. 우리은행이 후한 값을 마다하고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박삼구 진영에 시간을 주려는 배려가 아니냐는 분석까지 일각에서 나온 이유다.
다만 이것이 일방적 억지라고 단언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에 브랜드에 관한 재산권과 관련 세금 부과 이슈가 부각된 시기는 2000년 무렵. 우리금융-우리은행 간 사용료 문제가 문제가 됐다. 아울러 신한지주(055550)-신한은행의 경우도 국세청이 면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당시 지주에 가치를 보유하면서 돈을 받으라는 것인지, 반대로 돈을 지나치게 준다며 지적을 받는 경우가 생기니 애초 돈을 주지 말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돈이 있는 쪽을 때리는 소재로 악용한다는 우려, 입장이 뒤죽박죽이라는 비판 등도 따르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종합하면, 과세 당국의 입장은 어떤 형식이든 귀속 주체를 명확히 하고 돈을 지급하는 방식과 계약의 실질이 잘 처리돼있어야 한다는 절차적 이슈로 정리됐다는 전언이 따랐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그룹이 민영화(공적자금회수)로 공중분해되면서 우리은행은 이 문제의 양도 처리를 잘 정리하는 등 앞서의 경험을 잘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농협의 경우 아예 중앙회에 금융지주가 농협법에 따라 분담금 명목으로 브랜드 사용료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가장 명확하고 확립된 꼴을 가졌다.
◆동부그룹 위기 정리 와중에서도 논란, 처리 필요하긴 한데…
위기를 겪은 동부그룹의 경우도 지난 연말 직원 전체에게 새 사명을 공모하는 등 동부라는 이름에 관한 논의를 한 바 있어 주목된다. 이는 넓게 보면 위기 와중에 그룹 정체성 자체가 바뀔 정도로 많은 회사가 떨어져 나가게 된 터에 동부 이름을 더 갖고 갈지에 '원점에서부터' 재논의를 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풀이도 나온다. 바로 상표권 사용과 브랜드 사용료 문제의 그림자가 작용한 데 따른 고민의 흔적이라는 것.
과거 건설 부문에서(미륭건설에서부터 몸집을 키워 이후 사명 변경, 계열사 늘리기를 단행)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동부건설(005960)이 그룹의 품을 떠나 결국 키스톤PE에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것.
물론 대우를 이끌던 김우중 당시 회장이 미국 기업인 트럼프(지금 대통령이 된 바로 그)와의 협상으로 로열티를 물고 이름을 잘 활용한 '윈윈 케이스'도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맨해튼에 트럼트타워를 세우고, 후에 서울 등 각지에 트럼프월드를 짓는 등 조건으로 트럼프 측에 넉넉한 브랜드 사용료를 줘 협력관계에서 상당한 모범 케이스가 된 바 있다.
다만 동부 리스크 등에서 보듯, 아직 이 문제를 정통하게 다룰 줄 아는 금융이나 산업 관계자가 많지 않고 법조계도 이런 논의에 익숙한 인력 풀이 갖춰져있지 않다. 따라서 금호 문제에 한정해 보면 정확한 일처리를 우리은행에서 시도한 것으로 요약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처리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자신감을 얻은 박삼구 진영에서 아예 우리에게만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 제약을 두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13일 반발하고 나서는 등 일정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