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불어온 봄바람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10일 나오면서 '벚꽃 대선'이 드디어 기정사실로 부각됐다.
이제 정권이 공중분해되면서 문 전 대표의 지위와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고 다른 점을 부각하면서 세를 불리며 당초 예정된 대선을 준비하면 되는 '패스트팔로어' 가장 앞에 서게 되는 '퍼스트러너, 퍼스트무버'로 떠밀려 올라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까지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나 이 같은 비상 정국에서 이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여태까지 1등 주자이기 때문에 당내 다른 예비후보군, 또 다른 당 잠룡들에게 비판받았던 정도와 상당히 다른 고강도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
◆안희정 실책 극복 조짐, 안철수도 바닥다지기
이는 자신만의 무기를 완성하기 전에 결전을 강요당하는 상황으로 특히 1등 주자에게 불리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10일, 3월 둘째 주(7~9일 조사)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도 이런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더 좋은지 묻는 질문에 문 전 대표는 지난주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한 32%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45%로 안 지사(12%)를 제치고 가장 높았다.
문 전 대표는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엿다. 그렇지만 다른 주자들에 대한 평가가 문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번 조사와 같은 9%선으로 현상유지를 했다.
민주당 내 가장 강한 적수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연정 후폭풍을 극복하기 시작한 것도 껄끄럽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2%포인트 오른 17%였다.
이런 터에 '시계공 출신의 자수성가형 정치인'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문재인 겨냥'을 디테일하게 가하는 양상이 뼈저리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친노-친문 패권주의 비판'이 시나브로 옷을 젖게 하는 가랑비라면 이 시장식 공세는 우박처럼 성가시다. 현재 두 패턴을 모두 치러내기에는 아직 문재인 캠프의 방탄능력이 완전하지 못하다.
◆'모래시계 검사'의 공격 "너희 대장은…" 친대기업 덧칠까지?
이런 파상적 공세에 더해지는 원죄 지적도 부담스럽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을 대표해 견제구를 날린 것을 두고 문재인 진영 내외에서는 충격파가 컸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문재인 측 옛날 대장은 뇌물 사범'이라는 전제로, 그렇다면 대체 그 와중에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문 전 대표는 뭘 했냐는 비판을 가한 것.
전체적으로 거칠면서도 문제가 많은 공세인 점은 분명하나, 과거 비리 검찰간부를 구속시켜 인기를 얻었고 그 자산으로 현재까지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해온 홍 지사의 공격이기에 파급력이 없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명 '통찰력 부족, 관리능력 의문' 등이 하나씩 더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뚜벅뚜벅 '호시우행'할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문재인 캠프가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심지어 '반노동자 정서를 가진 야권 정치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논란마저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일 "문 전 대표는 허황한 일자리 공약을 만들기 전에 노동자의 권리에 헌신하는 노조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 '반올림 발언 논란'을 일으켰던 것.
주 원내대표는 이어 "문 전 대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악성노조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여성 최고위원 한 분은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를 전문 시위꾼처럼 폄하했다. 민주당과 문 캠프는 정권 다 잡은 것처럼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7일 문 캠프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정면 비판하는 '정부조직 다이어트' 등 내용이 포함된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그리스식의 대규모 공무원 경제로는 오히려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유력 정치인이자 경제학자에 의해 공식 의제화된 셈이다. 손 전 지사는 정치 입문 전에는 경제를 다루는 교수였다.
이 시장이 날린 공격이 '화룡점정'이다. 성남시 시스템을 이끄는 그는 참신한 정책을 내세워 젊은층의 인기가 얻었는데 이번에 문재인 캠프 재벌 친화 논란에 군불을 지피면서 경제실무에도 능한 정치인이라는 언급까지 따른다.
이 시장은 "재벌을 개혁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재벌을 도와주는 정책을 주로 하고 있다"며 "재벌들에 대한 법인세 증세 및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시장은 "연간 15조원이 넘는 법정부담금도 다 깎아주는 공약도 제시했다"고도 공격했다.
결국 모든 문제는 결국 문 전 대표 스스로 빚은 콘텐츠 부족 때문이다. 공약의 그물을 대단히 크게 짜보려다 대선이 빨라지는 특수한 상황에 말려들면서 완성이 제대로 안 돼 그물의 코가 대단히 성긴 상태로 바다에 나서게 된 격이다.
다른 주자들이 날리는 '친재벌''노무현 시대 적폐의 원인 제공자' 등 치욕을 씻어낼 강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 진영의 반격 기회가 아직은 있다는 희망가도 들린다. 그러나,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문다는 탄식을 하며 주저앉게 된 박근혜 정부 곁에 자꾸 문재인 캠프의 모습이 겹친다는 해석 역시 다양한 채널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