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올해 첫 과제로 내세웠다.
민영화에 성공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올해 안에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내비치자 일각에서는 일정을 너무 다급하게 잡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사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지주사 전환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일정이 순차적으로 전개되고 통상 금융지주사 인가가 90일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체제 출범이 상반기 중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금융권 호사가들은 '현재 우리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민영화 체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내부 다지기'라며 '지주사 전환 속도전은 성급한 행보'라고 꼬집지만, 우리은행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에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자본비율도 좋아지고 비은행 계열사를 매입하거나 인수·합병(M&A)을 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조절된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계열사 간 정보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도 금융지주체제가 유리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빠른 시일 내에 완성시키면 좋을 것"이라고 첨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시선처럼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체제 복귀 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지주사 전환에 앞서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5명의 사외이사들이 의견을 얼마나 잘 조율할 지가 관건이다. 사외이사들은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인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들의 추천을 받은 이사진으로,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전히 정부가 21%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일부 지분은 유지하되 경영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영역에선 여전히 이런 정부 입장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2년간 주력해온 핀테크와 해외진출사업도 점검해야 한다. 지금까지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의 이용자 수와 해외 네트워크를 늘리는 데 집중한 만큼 늘어난 이용자와 네트워크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방법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특히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업-한일은행 간 해묵은 갈등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있다. 행장 선임과정에서도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행장이 연이어 행장을 맡으며, 내부에서는 '비상업은행 출신 홀대론'이 커진 상황이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임원인사에 기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동수 배분을 유지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달 임원 승진인사에서 부행장 승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각각 3명, 상무 승진자 8명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4명씩으로 동수였다.
그러나 상업은행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해 '비상업은행 출신 홀대론'이 여전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재무관리 전략 부문을 맡는 경영기획그룹장과 은행 내 사고·검사를 담당하는 검사실장이 상업은행 출신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경영기획그룹은 우리은행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이번에 신설한 미래전략단이 속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일부 경영기획그룹과 검사실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점만 들어 한일은행 출신들에 소외감을 안겼다는 시선은 너무나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여기 맞서 상업-한일 출신 간 갈등, 이광구 행장과 같은 충청권 득세 등 파벌주의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도 나타난 만큼 우리은행 내 보이지 않는 계파 갈등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에 이른 우리은행이 출신 이력에 따른 내부 갈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은 만큼, 지주사 전환 이전에 계파 갈등 청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