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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형지 아트몰링, 값비싼 2세 경영 수업?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09 18: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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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구두명가 에스콰이아를 삼켜 M&A 귀재로 이름을 날린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이 또 한 차례 일을 냈습니다. 바로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 아트몰링이라는 새 유통 허브를 세운 것인데요.

부산은 다름 아닌 최 회장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금의환향' 상징물이 될 것으로 이곳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발생된 일자리 상당수가 부산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지역에 '통큰 선물'을 한 셈이지요.

또 현재 아트몰링이 들어간 터가 옛날에 5일장이 서던 곳이라 부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풀이돼, 일말의 뭉클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최 회장은 동대문시장에서 의류사업을 해 오늘날 굴지의 패션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물론 티끌모아 태산의 정신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몸집 불리기에 집중해 상당한 M&A 역사를 썼는데요.

그 결과 형지는 여성복 중심이었던 사업망을 교복부터 신발(제화), 골프웨어는 물론 잡화 등으로까지 확장하는 기염을 토했죠. 

자,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들 중에 경영 감각과 야심이 좀 있는 분들은 그 다음 대목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행보의 정점이 바로 자신이 취급하는 물건을 공급하는 망까지 장악하고 싶은, 그런 투자 의미 아닐까요? 바로 쇼핑몰이죠.  

그래서 최 회장은 형지I&C, 학생복 엘리트,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 쇼핑몰 바우하우스, 베트남 C&M 공장, 까스텔바쟉 본사 등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통으로까지 넓힙니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이번 아트몰링이 첫 유통 관련 작품은 아닙니다. 최 회장은 유통업에 이미 진출한 바 있습니다. 2013년 서울 장안동 바우하우스 아웃렛을 777억원에 사들인 것이죠. 하지만 1년 만에 바우하우스를 코람코자산운용 펀드에 팔고,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장 운영권만 굴리게 됩니다.

문제는 돈인데요. 그간 M&A에 쏟아부은 실탄이 어느 정도냐면요, 2012년 형지I&C를 120억원에 인수한 이후 바우하우스(777억원), 에리트베이직(52억원), 에스콰이아(670억원) 등을 '작업'했죠(최 회장의 발자취가 크고도 깊게 느껴진다면 그건 약 1600억원을 동원한 M&A의 힘일 겁니다).

이 여파라고나 할까요? 패션그룹 형지의 부채비율은 2013년 302%까지 올랐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우하우스 세일 앤 리스백 처리 등 눈물을 머금은 조치를 할 수밖에요. 각종 자산을 팔면서 2014년 부채비율은 200%를 갓 넘는 수준까지 조정됐습니다. 뭐, 지난해 208%로 소폭 올랐다고 하는데, 어쨌든 대단히 다시 가파른 상승을 한 게 아니니, 미리 이번 아트몰링 투자에 대해 지나치게 경고등을 울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단행 이유가 석연찮다는 의문입니다. 혹시, 2세 경영을 탄탄하게 다져주고 싶은 마음에 경영수업 감으로 아트몰링 사업을 단행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하는데요.

사실 최 회장의 딸, 최혜원 대표가 운영하는 형지I&C(011080)가 지난해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됐다는 점을 기억하는 경우 이런 의심을 갖기 쉽습니다. 형지I&C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9억원,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기록했답니다.

물론, 형지I&C가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다 보니 이런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는 우호적 해석론도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고전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망쳤다는 것이죠. 중국은 롯데그룹의 경우도 오래 투자를 하고 있지만 빨리 수익성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번에 아트몰링에서 모종의 역할을 2세가 해내면 참 좋을 텐데요. 다름아닌 부친의 고향 부산에서 카리스마를 획득하는 게 대단한 효도가 될 것이라는 셈법입니다. 

다만, 불황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의 지역경제가 아트몰링이 조기에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줄지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지방의 경제활력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좀 언급해 볼까요. 1995~2014년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가 나와있는데요. GRDP는 일정기간 동안 특정 지역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생산 측면에서 집계하는 수치입니다. 이 기간 전국 평균은 239%라고 합니다. 부산은 173% 성장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을 제외하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고 해요.

부산에서는 한진해운 문제로 어려움이 크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한진해운이 쓰러지면 연간 7조~8조원 손실이 발생하고, 23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부산 시민사회계에서는 그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는 게 바로 부산이 아니냐는 위기론이 나오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