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곡선'의 미는 어디에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3.09 14:49:0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동네 슈퍼에 들러 떡볶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오랜만에 추억에 젖은 기자는 편의점에 들러 어렸을 적 자주 먹던 '빵빠레' 아이스크림을 집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달달한 맛이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게 했는데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곡선 모양과 다른 꼬불꼬불한 곡선 모양이 촌스러우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의 느낌을 내는 듯했습니다.

빵빠레 아이스크림의 꼬불꼬불한 곡선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라면, 곡선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뽐낼 수 있는 건 '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과체중인 이들을 두고 'curvy(굴곡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특히 패션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마른 몸을 지향하는 분위기를 없애고 평균 이상 체중의 몸도 아름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뚱뚱하다(fat)' 대신 '굴곡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장난감 회사 마텔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을 본보기로 플러스 사이즈 바비인형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이는 마른 몸매만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관습적인 사회 분위기를 없애고 건강미를 추구하자는 긍정적인 사회 변화인데요.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 반해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사건들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패션브랜드 '자라(ZARA)'는 영국, 스페인 등 여러 국가의 자라 매장에 '곡선을 사랑하라(Love your curves)'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광고 속 모델은 깡마른 몸매에 스키니진을 입고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됐는데요. 볼륨있는 곡선미를 사랑하라면서 정작 볼륨이 없는 마른 모델을 내세운 것이 모순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죠.

이보다 먼저 패션지 '보그'의 표지 사진도 논란이 됐는데요. 보그는 3월호에 인종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담으면서 슈퍼 모델 7명을 내세운 표지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진에는 장신의 날씬한 몸매를 가진 타 모델들과 달리 1명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만이 팔을 아래로 내려 통통한 허벅지를 가리고 있었죠.

이를 본 독자들은 '보그의 인종 다양성은 허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진정한 인종 다양성을 위해서는 마르고 아름다운 모델뿐만 아니라 평범하고 통통한 사람들도 자신의 모습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패션업계에서 인종차별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요.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전 CEO인 마이클 제프리스입니다. 그는 지난 2006년 한 인터뷰에서 "뚱뚱한 고객이 들어오면 물을 흐리기 때문에 엑스라지(XL) 이상의 여성 옷은 안 판다"고 말해 비난의 대상이 됐었죠.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 '백인을 위한 브랜드'라고 공공연하게 홍보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매장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베크롬비는 2013년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지만 출점 3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실적 부진으로 한국 철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기업의 쓸쓸한 최후였죠.

최근 국내에서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른 몸매만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외모지상주의 풍토가 사라져 모두가 당당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