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지난해 국내에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그랜저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수출 계획은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면서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지난달까지 약 3만8000대가 판매되면서 국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기자들이 선정한 '2017 한국 올해의 차'에 선정될 정도로 상품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일엔 기존 옵션과 신규 고급 사양을 기본 적용한 가솔린 3.3 모델까지 선보이면서 국내 준대형시장에서 이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까지 공개해 총 6개 엔진의 '동급 최대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이처럼 신형 그랜저는 국내에서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정작 판매 다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에 대해선 정확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그랜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예전부터 '고급차 이미지'로 국내 중·대형 대표 모델로 성장한 국내에서와는 달리, 대표 수출국가인 미국에선 쏘나타와 제네시스 사이 어정쩡한 포지셔닝으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첫 수출(2000년 9월)과 동시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랜저는 이듬해인 2001년 1만7884대가 팔리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해 2006년 '연간 최대 실적'인 2만6833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할 차별화 없는 정체성으로 시들해진 인기는 2011년엔 불과 1524대만 판매됐을 정도로 급락했다.
지난해 역시 월 평균 400여대에 불과한 총 494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5539대)대비 11% 감소한 수치로, 쏘나타(19만9408대)는 물론, '상위모델' 제네시스(G80·DH) 판매 실적(2만4266대)과 비교해 처참한 수준이다.
아울러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의 간섭효과 문제도 거론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 출시될 중형 럭셔리 세단 G70이 그랜저와 유사한 크기로 '신차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그랜저 판매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물론 그랜저 판매 저하는 동일한 2.4ℓ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와의 일시적인 간섭현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당초 '아슬란과의 간섭' 문제로 생산을 고려하지 않았던 그랜저 가솔린 3.3 모델이 투입된 만큼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에 대한 수출 계획은 여전히 없는 상태지만, 그렇다고 시장 철수까지 거론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시장에서 높은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신형 그랜저가 과연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