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시장 활성화 나선 ETN, 자산운용업계와는 '신경전'

"ETN 때문에 시장형성 초기보다 ETF 발행에 제약"

추민선 기자 기자  2017.03.09 11:08:3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올해로 도입 3년째를 맞은 상장지수증권(ETN)이 최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ETN 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모습이나, 자산운용사에서 발행하는 ETF와 성격이 유사해 ETN 시장 확대를 견제하는 자산운용사와 이해상충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찬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돼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채권으로, 상장지수채권이라고도 한다. 

특정지수의 수익을 오차 없이 보장하는 채권으로 금융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고, 투자자는 시장에서 ETN을 자유롭게 사고팔거나 만기까지 보유해도 무관한 장점이 있다. 즉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한 원자재, 통화금리, 변동성 등을 기초자산으로 이 자산의 성과를 만기에 지급하는 구조여서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N시장 발행 총액(시가총액)은 전년대비 76% 성장한 3조4704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종목 수도 1년 동안 54종목이 신규 상장돼 전년대비 69% 증가한 132종목으로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24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ETN이 처음 도입된 후 그해 상장종목 10개, 시가총액 4750억원, 일평균 거래대금 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단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셈이다. 

특히 천연가스나 유가 관련  ETN상품의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 관측 사상 두 번째 '포근한 겨울' 덕택에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ETN상품은 '신한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으로 조사됐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ETN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이 상품은 무려 36%의 수익을 거뒀다. 

이어 삼성 화장품 테마주 ETN(26.83%), 삼성 레버리지 인도 Nifty50 선물(21.08%)도 20%대 수익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 미디어엔터 Core5 ETN, 삼성 증권 테마주 ETN도 각각 19.06%, 14.26%의 수익률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올 겨울이 따뜻할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렸다"며 "천연가스 공급증가와 세일 가스 개발, 온난화 현상 등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올해 ETN시장 성장과 더불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ETN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9일부터 신규 상품인 '손실제한형 ETN'을 도입해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도 박스권 안에서 롱숏(long short) 전략을 추구하는 상장지수증권(ETN) 후속작을 내놓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QV 스마트리밸런싱 260/4 ETN'의 상장을 거래소와 협의 중이다.

이 상품은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러 있으면서 주가가 변동할 때 수익을 내는 구조다. 처음엔 현금 20%와 코스피200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5종목 40%, 코스피 200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ETF는 3종목 40% 비중으로 담는다. 이후 주가가 저점일 땐 사들이고 고점일 때 파는 롱숏(long short) 전략을 추구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도 다음 달 2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손실제한형 ETN 20여개 상품을 출시한다. 만기시점에 기초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빠지더라도 최저 상환금액이 사전에 약정된 수준으로 지급되는 상품이다.

이 밖에 ETN 시장 진출을 예고했던 대신증권은 일단 4월 일반 ETN 상장 이후 손실제한형 ETN 발행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증권사가 ETN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와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시장 활성화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TN은 파생결합증권으로 ELS와 법적성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상품구조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상장지수펀드와 같지만 상품구조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TF와 유사하다. 

문제는 ETN 시장을 육성,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ETN에 적용해 온 법적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ETN 시장 확대를 견제하는 자산운용사들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반발이 크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발행규모나 시장 인지도 측면에서는 아직 ETN이 위험한 상품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ETN 때문에 시장형성 초기보다 ETF 발행에 제약이 생겼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