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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 외치는 구본무 LG 회장…업체는 소비자 '우롱'

LG 통돌이 세탁기 구입 이틀 만에 화재유발 결함 발견…소보원 "중대한 하자"

임재덕 기자 기자  2017.03.08 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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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통돌이 세탁기 블랙라벨 플러스 일부 제품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세탁기는 문제 없다'며 고객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해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고객 만족 경영' 방침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행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8일 LG전자 등에 따르면 최근 LG 블랙라벨 통돌이 세탁기(제품명 T15WL) 일부 제품이 세탁 중 세탁조에서 튄 물이 내벽을 타고 바닥으로 배출되는 결함이 발견됐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물이 내부전선으로 유입돼 화재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

다수의 커뮤니티에는 최근 들어 이 같은 결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게시물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일부 게시물에는 '통돌이 사용 중인데 저런 증상 있습니다. 닦아가며 사용합니다' 등 동조하는 댓글도 달렸다.

한 피해자는 세탁기 구매 후 이틀간 4~5회 세탁을 한 후 세탁기 하단으로 물이 새는 현상을 발견했지만, LG 서비스센터에 문의하자 수평이 맞지 않아 그런 것이라며 수평을 맞췄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물이 새는 현상은 계속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지어 내부 전선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한 피해자는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LG 서비스센터 측이 "세탁 기능상 문제 없고 외부 결함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불은 불가능하며, 바닥으로 새는 물은 닦아서 사용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제품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구매한 지 일주일, 혹은 한 달 사이에 결함이 발생한 것은 중대한 하자에 속한다"고 꼬집었다.

LG전자 "정상 작동하니 문제 없어" vs 업계 "물 새는 것 자체가 불량"

업계는 세탁조 내 물은 전부 배수펌프로 빠져나가는 게 세탁기의 기본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세탁조 밖에는 내부전선이 있어 유입될 경우 합선으로 인한 화재발생 위험이 크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세탁조 외부에는 전선이 위치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기라면 물이 밖으로 나가는 현상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합선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설계 자체가 기기 하단으로 물이 빠지게 된 초저가 모델이면서 사용설명서에 물이 샐 수 있으니 닦아 사용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세탁기는 LG전자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통돌이 세탁기 블랙라벨 플러스 모델로 프리미엄급 제품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54만430원부터 최고가 47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나 사용설명서에는 해당 내용이 고지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비스센터에 접수된 기록을 검토했지만, 해당 건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며 "수평불량으로 접수된 건밖에 조회되지 않았다"고 응대했다.

이어 "수십만 대의 기기를 생산하다 발견되는 소수의 불량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상황을 인지한 후 대대적인 리콜을 막기 위해 자체 수습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LG공식홈페이지엔 해당 모델 사용설명서 외에 제품 정보조차 등록돼있지 않기 때문. 여러 유사기종이 하나의 사용설명서를 공유하기에 이를 지우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된 T15WL 사용설명서에는 5개의 유사기종이 명시됐지만, 이 중 T15WL 모델 등 2개 모델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반면, T16SJ, T15DJ, T15WJ, T15SJ, T13WJ, T13DJ로 구성된 유사모델들은 빠짐없이 홈페이지에 등록돼있다.

구 회장 '고객 만족 경영' 재차 강조하지만…

구본무 회장의 '고객 만족 경영' 방침에 위배되는 행보라는 일침도 많다. 구 회장은 "고객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진정한 고객만족을 통해서만 일등 LG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LG전자는 논란이 확산되기 전엔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2014년에는 '6모션 통돌이 세탁기'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먼지가 묻어나는 결함이 발견됐지만, LG전자는 '사용자의 세탁기 이용 미숙'을 들어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다 한 방송사의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자 그제야 일부 모델에 한해 세탁조 무상 교체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수 제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은 기업을 믿고 거액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문제 발생 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은폐·축소하려고만 하는 기업의 오랜 악습은 버려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