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하영인의 혀끝에 척] MSG급 마성의 매력 '치즈'

전 세계 수천 가지 종류…가지각색 맛·형태·영양 뽐내

하영인 기자 기자  2017.03.06 17:18:1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 유제품 치즈(Cheese). 치즈는 언제나 은혜롭다. 또 늘 옳다. 

진한 풍미가 일품인 치즈케이크, 한입 베어 물면 따끈한 치즈가 '죽-' 늘어지는 피자, 슬라이스치즈 등 치즈는 우리에게 식(喰)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증폭제 역할을 한다.

세상은 넓고 수천 가지 종류의 치즈가 존재하나 필자는 아직 썩은 내와 찐하다 못해 오묘한 맛이 나는 치즈들은 감당할 수 없는 경지다. 

덕을 쌓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자신있는 치즈덕후(?)들이라면 치즈의 곰팡이까지 사랑하게 될 날이 오리라. 치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저장·이동에 용이…신도들 주요 단백질 공급원 역할 '톡톡'

치즈는 전유(全乳), 크림, 버터 등을 원료로 한다. 여기에 응유효소를 가해 응고시킨 후 유청을 제거한 다음 가열 또는 가압 등의 처리로 만들어진 식품을 일컫는다. 

B.C.300년경부터 유럽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치즈. 처음 만들어진 치즈는 가축의 젖에 있던 유산균이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치즈로 파악된다.

이때 레닛(rennet)을 빼놓을 수 없다. 레닛은 4000년 전 아라비아 행상인 카나나(Kanana)가 사막을 횡단하면서 양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염소의 젖을 넣어뒀는데 그 이튿날 열어보니 염소젖이 끈적이는 흰 덩어리로 변화된 것을 발견한 데서 그 기원을 찾는다. 

육식이 금지된 수도원이나 일부 신도들에게도 치즈는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무엇보다 과거 저장과 이동이 용이한 치즈는 중요한 식량 중 하나였다. 특히 로마 병사들이 머물던 곳에는 치즈와 와인 제조 방법이 자연스레 따라왔고 이를 계기로 전 유럽에 퍼졌다. 

산악지대나 계곡이 깊은 스위스나 영국에서는 하드 치즈가, 평야가 넓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소프트 치즈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백제 제국의 복상이 왕실에서 국왕에게 우유를 하사했다는 기록에 따라 삼국시대에 우유를 섭취했다고 추정된다. 

치즈의 본격적인 생산은 지난 1959년 벨기에의 로마 가톨릭 선교사 지정환(디디에 세르스테반스) 신부가 1966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치즈를 만들면서부터다. 지정환 신부는 직접 유럽에 석 달을 머무르면서 치즈 제조 기술을 배워왔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치즈 생산에 성공했다.

◆전 세계 치즈값 뒤흔든 '중국' 

우리나라에는 IMF 이후 피자 가게가 통닭집만큼이나 우후죽순 생겨났다. 전성기를 누리던 피자업체는 2006년경 돌연 줄지어 폐업하며 '피자 파동'에 휩싸인다. 

이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내뱉은 말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면서다. 그는 "나에게 꿈이 하나 있다. 모든 중국인 특히 어린이들이 매일 우유를 1근씩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우유 마시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유제품에 거부감을 가지던 중국인들은 적극적으로 유제품을 소비하고 나섰다.

13억명이 넘는 중국인이 매일 우유를 1근씩 마시면 연간 소비량은 2억4600만톤으로 전 세계 우유 소비량의 3분의 1을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탈지분유 표준 가격이 파운드당 1.58달러, 액상우유는 5.19달러로 2006년 초보다 1년 새 2배가량 올랐다. 우유를 원재료로 한 유제품 또한 이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피자의 주요 원재료인 모차렐라 치즈는 이 기간 1톤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급증했다.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하고 양 많은 저가 정책으로 승부하던 피자 가게들은 이 같은 치즈값을 감당할 수 없었고 수많은 피자 가게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목. 올해로 한중(韓·中)수교 25주년을 맞았다. 최근 여러 이슈로 한중관계에 그늘이 드리워졌으나 늘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며 낙담보다는 건실하게 알아서 잘 살자.

오늘 하루도 사진 찍기 전 굳은 입가를 풀어주는 마법의 주문 '김치 치즈 스마일~'을 외쳐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