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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권력범죄, 朴=崔 공동체'…탄핵 심증에도 영향?

특검, 방대한 내용 씨줄날줄 정교하게 구성, 정치적 책임 이상의 중범죄 규명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06 16: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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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는 경제공동체인가? 권력을 가진 최고통수권자가 행할 수 있는 정책 판단의 한계는 무엇인가?

당초 일각에서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에 특별검사가 임명될 때만 해도 법리적 문제 구성에 상당한 난항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와 수사팀은 단순히 정책적 판단 부족이나 권한의 일부 유용이라는 동정론을 깨고 논리적으로 이번 사안이 불법임을 입증했다. 아울러 돈 문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수사 기한을 모두 사용한 가운데 특검팀은 6일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수사 내용 발표를 통해 특검은 권력형 범죄가 무엇인지, 최씨와 박 대통령이 왜 뇌물죄의 공동체(경제공동체)인지를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는 극악한 범죄…준엄한 논리 구성

견해가 다른 이들에 대해 정권은 일정한 '관리'를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특검은 이번 정권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단순한 이념적 정책 방향의 변화가 아니라고 봤다.

특검은 6일 발표를 통해 청와대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그 대상을 반민주 세력으로 보고 지원을 차단하는 것은 '정파적 이익'에 의한 탄압이라고 봤다.

특검은 '문학동네(문예 계간지를 발행하는 출판사)'을 예로 들면서 정부의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발행했다고 해서 문학동네 발행 문예지에 지원하던 '우수 문예지 사업'을 아예 폐지하는 등 각종 압력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정책적 견지에서 행할 수 있는 판단과 행정행위가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헌법의 본질적 가치 위배'라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우리 헌정사에서 반헌법적 세력에 대한 단죄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 심리에서도 깊이있게 다뤄진 예가 없다. 국제그룹 해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정도가 이번 특검의 사건 검토에 유사한 경우다. 유신 체제 등 오랜 제왕적 대통령제 경험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와 해결 케이스가 많지 않은 점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특검의 이번 블랙리스트 문제를 권력을 사용한 범죄로 규탄한 것은 단순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전 문육체육부 장관의 직권남용 처단 이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비선실세 진료 밝히고 대포폰·경제공동체 문제도 명쾌

특검은 특히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씨 부부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깊이 개입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 같은 비호 뒤에는 최씨의 부탁이 있었던 것으로 특검 측은 설명했다.

특검 측에서는 특히 대포폰의 발신지가 청와대라는 점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상세히 규명했다.

경제공동체 논리를 구성, 기업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것을 '우국충정'에 의한 무리수가 아닌 '비리의 총합체'로 단죄하는 길을 닦은 것도 특검의 쾌거다.

이미 한 차례 영장 기각에 이어 재차 영장을 청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특검에서는 기업들의 각종 재단 지원 문제가 단순히 돈을 뜯긴 것이 아닌, 이익의 제공을 도모한 행각이라는 논리를 구성해내는 데 성공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구성하고, 기업들이 단순히 압력에 의해서 모금에 응한 게 아니라는 점을 모두 입증해야 최씨 등과 기업인 공동처벌이 가능하다.

특검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도 최씨가 사줬다"는 등 여러 점을 더 언급했다.

이 같은 특검의 발표는 마침 탄핵 선고를 앞둔(일각에서는 늦어도 13일까지는 탄핵 건 심리 결과 발표가 나올 것으로 봄) 상황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풀이를 낳는다. 이번 특검 수사 결과는 탄핵 사건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으므로 공식적으로는 증거 자료 보강의 의미가 없다. 양측은 철저히 '별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는 큰 제약이 없다는 일반적인 법원칙을 생각하면, 법리적으로 박 대통령의 전횡과 직무 문제점을 다루는 헌법재판소 측도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 심증 형성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어 보인다. 특검이 고심 끝에 시일을 넉넉히 잡고 정교한 논리의 씨줄날줄을 엮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 등은 이번 특검 수사 결과 발표 후 방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검 측 논리의 전개 방법이 나름대로 탄탄한 만큼, 방어자들의 수고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