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조선 빅3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올해 더욱 심각한 매출절벽을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유지가 힘든 비핵심 사업들을 매각하고 분할하는 방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존속법인에는 조선·해양·엔진사업만 남기고 나머지 비주력 사업부문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은 신설 법인으로 분할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1일부터 앞서 지난해 12월 물적분할된 △그린에너지 △서비스를 포함해 6개 독립법인 체제로 재편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분할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부터 조선 등 주력사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로봇 등 개별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는 사업 분야까지 투자가 막혔던 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아울러 분할되는 회사 중 로봇사업을 담당하는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삼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계획이다.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 및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아 지주사 요건을 갖춘다.
비록 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지주사 작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지고 있는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이라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 역시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현대중공업은 현재 가지고 있는 7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분할 기업들에게 배분함으로써 존속법인의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해외 선주들에게도 신뢰를 회복해서 수주 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유동성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으나 쉬운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인도가 되지 않아 1조원이 그대로 묶여있는 소난골 드릴십 2기를 포함해, 초대형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45억4500만원도 납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도 최대한 몸집을 줄여 분사를 통해 본사 인원을 감축하고, 비주력사업 자회사는 매각을 통해 정리하는 방식의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보통신기술(ICT)부문을 분사해 DSME정보시스템을 자회사로 분사시킨 바 있다. 여기에 전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급휴직을 통해 연 2800억원 이상의 인건비 절감도 시도한다.
기존에 발표했던 자산 매각 작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설계자회사인 디섹의 주식 70%를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키스톤에 팔았다. 한 차례 매각이 불발된 웰리브 포함 계열사들의 예비입찰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선박금융 지분 35.29%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공개입찰에 들어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황일 때는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조선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늘려놓은 사업을 전부 유지하기 힘들어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분할 및 매각된 회사들은 사업 안정화가 가장 우선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면 모기업이라는 든든한 우산이 없어진 삼성중공업은 각자도생을 통해 더욱 우려가 높아진 기업이다. 최근 CEO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그룹의 컨트롤타워와 마찬가지였던 미래전략실 해체를 겪은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에서의 대외 행사 및 소식 창구 등이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계열사들도 이전처럼 협업이 아니라 자율 경영 체제로 돌려야 하는 상황.
가뜩이나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계열사 차원에서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지난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할 때도 삼성중공업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들의 출자가 큰 몫을 했으나 앞으로는 독자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
특히 삼성중공업은 다른 두 경쟁사에 비해 부동산 등 보유하고 있는 비핵심자산도 적은 터라 향후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때 대비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