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젊은층의 소비 패턴이 주목되고 있다. 과거 30대 남성의 경우 '그루밍족' 등 현저히 달라지고 있는 일부 단면에 대해 패션이나 뷰티 등 일부 업종에 한해 분석과 이름짓기가 이뤄진 적은 있으나, 전체적인 소비 동력원으로서 조명된 바는 적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대들보'이자,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일정 부분 소비를 '계속'하고 있는 40·50대와는 속성이 다른 30대 남성의 문제를 달리 봐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연말 나온 통계청의 '2016년 3분기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50대 남성의 소비액은 전년동기 대비 4.3%, 40대는 2.1% 증가했다. 반면 30대는 0.8%, 29세 이하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서 30대의 소비는 사실상 정체에 들어섰지만, 아직 완전히 멈추거나 역주행까지 들어선 것으로 볼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불황 중에도 가정 운영상 소비를 일정 부분 이어가야 하고, 또 새롭게 꾸미기 욕구가 분출하는 40·50대의 패턴과 그 소비에 가려졌을 뿐 아직 소비 주체로서의 퇴장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
강은나·이민홍씨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우리나라 세대별 1인가구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청년층(20~39세) 1인가구는 중장년층 및 노년층 1인가구와 청년층 다인가구에 비해 전문직·상용직 비중이 높았다. 학력과 소득 수준도 마찬가지다. 30대 남성 상당수가 1인가구 상태를 자발적으로 택했거나 혹은 부득이 그렇게 지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결혼과 취업, 내집 장만의 꿈을 접는다는 '3불'시대, 취업의 문은 간신히 넘었다치더라도 결혼은 아직 요원한 30대들은 소비로 이를 푸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점은 또 30대의 이런 성격이 사치재 등에 대한 소비 외면은 물론,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무관심으로 흐르기 쉬운 불황경제 속에서 일종의 활력소로 기능해줄 수 있어 더 주목된다.
이번 2월 하순 발표된 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신규 등록대수 기준) 22만5279대 가운데 개인이 구매한 차량은 총 14만4883대였다.
연령대별 개인 구매량을 보면 30대가 5만5356대로 전체의 38.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9.4%(4만2592대), 50대 16.6%(2만427대), 20대 7.8%(1만1337대), 60대 6.5%(9455대), 70대 이상 1.4%(2075대) 순이었다. 차를 좋아하는 남성층에서 집을 포기하고 멋을 담보해 주는 수입차로 눈길을 주는 게 실증 사례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렇게 자신을 위한 소비는 물론, 자식이 없는 대신 조카 등에게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성향도 감지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매장 매출 증가율은 다른 패션 상품군보다 약 15%포인트나 높았다. 부모나 조부모 등의 지출 외에도 의미있는 통계가 같이 눈길을 끈다. 특히 20·30대 미혼 고객의 지난해 아동·유아 상품군 매출이 3년 전의 1.5배에 이르고, 이 상품군에서 연간 1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20·30대 미혼 고객 수도 3년 새 20%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모'의 소비 역할과 혼재돼 있는 것이긴 하나, 30대의 '삼촌' 역할 지출 모델이 얼어붙은 유통계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급격히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 소비사회로 바뀌고 있다 해도 이 같은 30대 남성의 역할론은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월 말 발표한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서, 성별로 보면 남성의 이용률(91.0%)이 여성(85.6%)보다 다소 높았고,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에서도 30대는 당당한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10대와 20대가 모두 100%, 30대가 99.8%, 40대가 99.4%로 10∼40대는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 30대 남성이 4차산업혁명 와중에서 온라인 소비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다만, 문제는 30대 남성의 경제력이 무너질 가능성이다. 지금의 30대가 40~50대가 됐을 때 지금의 중년층처럼 일자리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의 40대 남성 내지 50대 아저씨처럼 그때도 지출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는 얘기다. 노후 대비도 해야 한다는 이슈도 그때면 현실적 과제로 급부상하게 된다.
유통적 측면에서만 단발적으로 30대 남성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의 역동성이 앞으로도 이어지고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