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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 보령시 녹도 입학생 학습장 설치·순회교사 파견

전국 최초 입학생 한 명…다시 문 연 섬마을 학교

최장훈 기자 기자  2017.03.04 15: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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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초 일본 방송과 언론에서는 인구감소로 당초 역 폐쇄를 고려하다 기차로 고등학교 등하교를 하는 여학생을 위해 3년간 폐쇄를 미루고 하루에 두 번 오전 7시와 오후 5시 시간에 맞춰 정차를 해온 큐시라타키역(旧白滝駅)에 대한 보도가 나오며 큰 반향을 얻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사실이 알려지며 한 학생을 위해 멈춰주는 기차역이 있는 사회, 금전적 효율성만 따지지 않는 배려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큐시라타키역 같은 일이 충남 보령의 작은 섬마을 녹도에서도 이뤄졌다.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3일 녹도 순회교육 학습장에서 부모와 마을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직 단 한 명의 입학생이자 재학생인 류찬희군(8)을 위한 입학식을 열었다.

지난 2006년 학생수 감소로 청파초등학교 녹도분교가 폐쇄됐던 보령시 녹도에 다시 초등학교 교육이 재개된 것이다. 폐교됐던 지역에서 학교교육이 재개된 것은 전국 최초의 일이다. 마을 주민들은 10년 만에 다시 재개한 학교교육에 마을잔치를 열어 환영했다.

녹도는 보령시 오천면에 속하는 섬으로 대천항에서 외연도까지 하루 두 번 운행하는 객선의 중간 기점에 있는 섬으로 대천항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이민철 교장의 환영인사로 시작된 이날 입학식에는 인근 섬마을 호도분교의 고가은 양도 함께했으며, 호도분교에 재학 중인 선배들의 축하공연과 김성용 마을이장의 감사인사, 교사와의 상견례 순으로 진행했다.

녹도에 학교가 다시 열리게 되기까지는 찬희군 부모와 마을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이 큰 역할을 했다. 학교가 없어 옆 섬마을 학교인 청파초 호도분교에 진학해야 했던 찬희군의 부모는 통학할 마땅한 수단이 없자 지난해 충남도교육청에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은 함께해야 하며,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섬으로 이사온 찬희군 가족의 바람을 섬마을 주민들도 같이 성원했다.

이에 충남도교육청과 보령교육지원청은 심사숙고 끝에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하고 옆 섬마을인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의 교사를 녹도로 순회교육시키기로 했다. 금전적, 인적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출발선이 평등한 교육을 하겠다는 충남도교육청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찬희군의 아버지인 류근필씨와 마을 주민들은 "학교교육이 재개됨으로써 녹도가 지속가능한 어촌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을 놓았다"며 전국 최초로 폐교지역에서 학교교육을 재개한 도교육청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정부에서 비용효율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녹도에서 학교교육을 재개키로 한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교육의 본질, 마을에서 학교의 역할을 돌이켜볼 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충남도교육청은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