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투자업계가 항공기금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보합권에 갇힌 지지부진한 증시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 항공여객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항공기금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새 수익모델을 찾는 증권사뿐 아니라 연기금과 자산운용업계, 공제회까지 항공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분야인 항공기금융은 항공기의 구매·운영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항공기의 경우 단 1대의 항공기를 취급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금융투자업계의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다.
실제 KEB하나·우리·국민은행 등 새로운 투자모델에 보수적인 국내 은행들마저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금융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에미레이트, 대만 중화항공 등 항공사의 중대형 항공기 펀드에 약 43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해 대체투자 분야 수익률의 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항공기 투자로 시선을 돌렸다.
또한 군인공제회는 최근 에어아시아와 장기 할부계약이 체결된 항공기에 약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약 12년간 운용할 계획으로, 예상 연간수익률은 약 5.5%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아시아지역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비행기 이용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항공기 투자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은 KTB투자증권(030210)이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총2건, 1억7200만달러(약 1973억원) 규모의 항공기 금융 주선에 성공했다.
작년 8월 최석종 사장 취임 직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954억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데 이어 12월에는 독일계 운용사가 보유한 에어버스 항공기 1대를 인수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아울러 KTB투자증권은 올해 항공기 단일 계약을 넘어 포트폴리오형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리스 만기기간이 다양한 기종을 묶어서 구조화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항공기금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작년 12월 싱가포르항공과 리스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2월에도 UAE의 에티하드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를 매입하는 투자를 확정했다.
자산운용업계 역시 항공기 투자를 대안으로 삼는 분위기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역시 항공기 투자 전담 인력을 두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기 펀드의 경우 후순위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통 투자기간은 보통 10년으로 긴 편이라 연간 5.5~6.5% 수준의 수익률을 장기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항공사 또한 항공기 구입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임대비용으로 노선을 운영할 수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체투자로써의 항공기금융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항공기금융에 대해 향후 20년간 연 평균 5%씩 성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등 신흥국의 중산층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여객 수요 상승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올해 금융투자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항공기금융 투자 금액은 4조원가량인데 이는 지난 2014년 2000억원 대비 20배 성장한 규모다.
이경용 경찰공제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마다 다르겠으나 채권과 항공기금융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항공기금융을 선택할 것"이라며 "채권 수익률이 항공기금융보다 더 높아지지 않는 이상, 현 시점에서 항공기금융을 대체할 만한 매력적인 투자자산이 거의 없다"고 제언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전통적인 국내 투자가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투자 다각화 등 활로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항공 트래픽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므로 항공기금융시장이 매력적"이라고 같은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