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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의 자취생존기] "굶지 않으려면…" 배달의 민족이 될 수밖에

김수경 기자 기자  2017.03.03 09: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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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퇴근 후 냉장고를 열어 보니 곰팡이가 갓 피기 시작한 반찬이 담긴 통, 다 먹어서 국물만 남은 김치통, 언제 넣었는지도 모를 사과 두 개. 이상한 냄새마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아 성급히 냉장고 문을 닫았어.

요새 냉장고 정리를 한참 하지 못했더니 이 사달이 나고 말았지 뭐야. 이걸 다 치우고 밥을 차려 먹는다면 새벽이 되겠지.

결국, 오늘도 그 방법밖에 없는 건가. 핸드폰을 켜서 배달 앱을 꾹 눌렀어. 그래. 오늘은 간단하게 분식을 시켜먹어야지. 평소에 자주 애용하던 단골 매장을 눌러 아주 손쉽게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 세트를 주문했어.

전화 한 통 없이 앱 안에서 결제까지 되니까 난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정말 돈만 있으면 뭐든지 되는 세상이라니까.

실제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사할 때 10번 중 4번 정도는 외식과 배달음식, 포장음식 등 외부음식으로 해결하고 있대. 그중 배달음식이 1위를 차지했는데, 20대 1인 가구가 특히 높은 편이었어. 

또 이 조사에 따르면 평소 배달음식을 많이 찾는 20~30대와 1인 가구는 스마트폰 배달 앱 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대.

이처럼 일상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 배달 앱은 가히 혁명과 같은 존재야. 예전에는 피자나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나 중국음식 등에 한정됐다면 앱의 등장으로 온갖 음식들이 배달되기 때문이야. 


배달 앱은 지난 2010년부터 등장했어. 그 후 빠른 성장 덕분에 지난 2015년 기준 배달 앱 다운로드 수는 4000만건이 넘었대. 때문에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지. 내가 그날마다 주문한 음식 배달 말고도 빵이나 반찬 같은 메뉴는 신청만 하면 정기적으로 배달해줘.

또 맛집 메뉴를 배달하는 앱들도 눈에 띄어. 모든 음식점 속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구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에 한해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야. 

아, 음식 왔다. 아, 너무 많아서 혼자 먹기 부담스러워 보인다고? 하긴 보통 2인분 기준으로 음식이 오니까 말이야. 이런 사람들을 위한 1인 메뉴 서비스도 등장했어. 한 배달 앱에서 선보인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어. 

그런데 이러한 배달 앱들이 최근 논란이 일어났어.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200곳 중 가까운 곳들이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대. 매출은 늘어났지만, 이면에 불공정거래행위도 그만큼 늘어나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발표였어.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허위사실 유포 및 영업 방해 등의 혐의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소송을 준비한다네. 

사측에서 조사한 결과 앱 덕분에 대형 가맹점보다 영세 상인 매출이 크게 올랐대. 또 지난해 수수료 0%를 선언해 부담을 줄이면서 배달 앱이 가장 효율적인 광고 수단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해.

내 생각에는 이러한 논란이 생긴 것도 배달 앱이 매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생긴 혹독한 성장통 중 하나라고 생각해. 

어쨌거나 앱 덕분에 한동네 안에 있는데도 몰랐던 맛집들을 알게 되고, 후기가 좋으면 한 번씩 먹어보게 되거든. 만약 앱이 없었다면 시키지도 않았을걸. 또 전화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앱 덕분에 배달음식을 먹게 됐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어. 

너네는 어떻게 생각하니? 일단 밥이나 먹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다들 잘 챙겨 먹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