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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의 이런 마니아] 스케줄러? 플래너? 별별 다이어리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3.02 14: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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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누구나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또 어떤 사람은 추리소설 등을 보며 머리를 바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 대신 지갑을 분주하게 여닫는 이도 있겠죠. '이런 마니아'에서는 현대인들의 여러 수집 취미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합니다.

혹시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나요? 스마트폰을 들고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요즘처럼 디지털화가 보급화된 세상에도 여전히 다이어리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오히려 다이어리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올 정도죠.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1년에 단 한 권의 다이어리만을 사용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매년 남발되는 새해 계획들처럼 함께 낭비되는 다이어리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죠. 새해가 시작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빈 곳이 많아지고 있는 다이어리를 한 번 더 체크할 때입니다.

매년 연말이면 문구점에 다이어리 코너가 마련되고 각양각색의 다이어리가 등장하곤 하는데요. 요즘은 필자처럼 다이어리 한 권을 다 채우기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반기·분기별 다이어리는 물론이고 한 달씩 사용하는 30일 다이어리도 종종 나오고 있으니, 이젠 반짝 상품이라기보다는 스테디셀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죠.

필자는 지금 세 권의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무슨 세 권이나 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답니다. 한 권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업무용입니다. 마치 벽걸이용 달력처럼 커다랗게 인쇄된 A4 사이즈에 업무용 미팅이나 회의 시간, 내용 등을 적어놓는 용도로 쓰고 있죠. 스마트폰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확실히 손으로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더군요.

다른 한 권은 완전한 일기용이에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익숙해지면서 펜으로 직접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하루에 적어도 한 줄이라도 직접 손으로 써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한 장씩 날짜가 적혀 있는 줄글 다이어리를 골랐지만 글쎄요. 약 60일이 지난 현재 일기를 쓴 날보다 안 쓴 날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착각이겠죠.

다른 한 권은 올해 생각했던 목표를 채우기 위한 다이어리입니다. 새해에 한 달에 두 권씩 책 읽기와 꾸준한 운동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었는데요. 이쪽은 아직까진 꾸준히 유지하고 있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더니 사은품으로 리뷰 다이어리를 받아서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작성하고 있죠.

사실 여기저기서 받거나 사모은 다이어리는 더 많은데요, 금방 질리고 새로운 것을 찾을 스스로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은 이런 필자를 보고 아마 질릴 때쯤엔 또 사고 싶은 게 생기지 않겠냐고 핀잔을 주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예쁜 건 많을수록 좋다는 핑계로 질리지도 않고 매일 노트 구경에 여념이 없습니다.

SNS에 검색하면 마치 인쇄한 것처럼 예쁘게 꾸민 다이어리 자랑을 볼 수 있죠. 다이어리와 함께 화려한 스티커와 '마테'라고 불리는 패턴 테이프, 예쁜 일러스트 스탬프 등도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물론 가장 기본 기능에만 충실한 먼슬리·위클리 플래너만 있으면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은 다이어리도 다기능이 대세입니다.

'힐링 아이템'으로 각광받은 컬러링 다이어리, 직접 꾸미지 않아도 마치 꾸민 것처럼 예쁘게 쓸 수 있는 각종 일러스트와 사진들이 인쇄된 일러스트 다이어리, 요즘 인기인 '캘리그라피'를 곁들인 필사 다이어리까지 각양각색이죠.

그러나 최근 다이어리 열풍의 한 축이라고 한다면 역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그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스타벅스는 무려 커피를 스무 잔 가까이 마셔야 다이어리를 증정하는데요.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에도 유명 지류 브랜드인 몰스킨과의 콜라보를 통해 오히려 그 진가가 더욱 빛났죠. 필자도 물론 그 마케팅에 넘어가 한 권 더 받겠다며 일주일 만에 커피 스무 잔을 마신다고 고생하기도 했고요.

똑같이 물건을 사고 받는 제품인데, 받아도 쓸 데 없이 버려지는 '사은품'에서 모두가 갖고 싶어 안달하는 '한정판'이 되는 과정이 매우 신기합니다. 어쩌면 다이어리라는 건 다른 사람과 똑같은 노트로 시작하지만, 끝날 때쯤엔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비어있는 공간마저도 오직 나를 위한 단 한 권의 한정판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