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말이 지나고 나니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인데요. 겨울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올 겨울 찍은 사진첩을 찾아보다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1월 눈이 펑펑 내린 다음 날 기자의 집 창밖 풍경인데요. 베란다 밖을 바라보다보니 몇 년 전 같은 배경을 보며 고민에 빠졌던 날이 생각이 나더군요.
2014년 어느 새벽, 필자는 베란다 밖을 쳐다보며 뛰어내려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면서 현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당시 화재는 각종 언론을 통해 기사화될 만큼 큰 사건이었는데요.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단지 내 1500여명이 대피했고 주차장에 있는 차량 10대가 전소됐었죠. 화재사고를 처음 겪었던 기자에게는 굉장히 무서웠던 경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계십니까!"라고 소리치며 소방관들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순간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군요. 소방관들은 자욱해진 연기를 뚫고 300가구가 넘는 집들을 뛰어다니며 주민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죠.
지금이라도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해야 하는 건지 불안했던 마음은 소방관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진정됐고, 결국 불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 없이 40여분 만에 진화됐습니다.
소방관들에게 한 번 목숨을 빚지고 나니 자연스레 그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관심이 쏠렸는데요. 시민들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소방관들이지만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어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죠.
그러던 중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가운 소식을 접했는데요. 이베이코리아가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강원본부 관할 내 14개 소방서와 41개 119안전센터에 △제설기 △신발건조기 △세탁기 등을 제공한 것입니다.
이번 후원은 소방관들이 긴장 속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대기공간 환경을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현장 방문조사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조사하고 제공하는 방법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을 담은 동영상은 SNS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이 소식을 접하고 나니 소방관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절로 미소가 나왔는데요. 한편으로는 정부가 아닌 기업에서 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방관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은 국가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 공무원 신분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은데요. 정부의 의지가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