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직장인 A씨는 주말에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채널을 돌리기마저 귀찮아 같은 채널만 3시간 동안 시청했다.
# 저녁 약속이 없는 자취생 B씨는 주말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고, 저녁에 한번 더 사용하기 위해 설거지하지 않은 냄비를 그대로 개수대에 올려놨다.
인간의 '귀차니스트'적 속성을 심리학에서는 '현상유지 편향'이라 부릅니다. 이런 현상은 투자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퇴직연금, 연금저축계좌와 같은 연금 상품 가입자들에게 적용되죠.
이는 연금상품 가입자들은 초기에 설정한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나 자산배분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인데요. 시장 상황이 변해도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초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드러나는데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퇴직연금가입자 10명 중 9명이 초기 설정한 금융상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자신의 연금에 무관심해 현상유지하려는 행태의 대가는 생각보다 비싸다"며 "수익률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은 물론 '리밸런싱 보너스'도 놓치게 된다"고 우려합니다.
리밸런싱이란 시간과 가격의 흐름에 다라 포트폴리오 내의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보너스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말하죠. 그렇다면 리밸런싱 보너스가 투자 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되기에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컬럼비아 경영대 앤드류 앙(Andrew Ang)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리밸런싱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수익률 차이는 1.5배에 달합니다. 그는 1926년부터 1941년까지 미국 주식과 채권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때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호황장과 세계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대공황이 공존했던 시기였는데요.
리밸런싱을 하지 않았을 때 수익률은 91.8%였으나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기별로 리밸런싱했을 때 수익률은 146%에 달했습니다. 이는 리밸런싱으로 약 50%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한 셈이죠.
연기금 업계의 수퍼스타로 불리는 예일대 기금 CIO(최고투자책임자) 데이비드 스웬센((David Swensen, 1954년~)도 리밸런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1985년부터 30년간 예일 대학기금을 운용하면서 연평균 13.9%라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는데요.
스웬센은 2003년 1년간 투자 실적을 살펴봤을 때 14.2%의 투자수익 중 1.6%포인트는 투자 자산에서 나온 수익률이 아니라 리밸런싱에서 나왔다고 얘기합니다.
리밸런싱 보너스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퇴연구소는 "리밸런싱 보너스의 비결은 주식 가격이 올랐을 때 주식을 팔아 채권을 사고, 채권 수익률이 높을 때는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0만원씩 '50:50'의 비율로 투자한 경우 1년 후 주식은 값이 올라 600만원이 되고 채권은 500만원 그대로인데요. 리밸런싱을 하면 주식을 50만원어치 팔고 채권을 50만원어치 사서 비중을 50:50으로 유지합니다.
이때 상대적으로 비싼 주식(600만원)을 팔고 상대적으로 싼 채권(500만원)을 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익을 실현하면서 저가매수를 하게 됩니다. 투자자가 이 같은 전략을 반복하면 보너스(초과수익)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이 같은 리밸런싱 보너스는 변동성이 심한 시장일수록 효과가 큰데요. 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자산 가격이 투자전망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신흥국 주식 등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속성이 서로 상반된 자산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면 리밸런싱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