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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4월 위기설은 과장"

교역촉진법 기준에 미해당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낮지만 '경계'"

이윤형 기자 기자  2017.02.23 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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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떠도는 '4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며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주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월 위기설'의 근거로 언급되는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 부담 등에 대해 "이미 알려진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이런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4월 위기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환율조작국의 지정 근거인 교역촉진법에 따른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객관적으로 지정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지만 (지정 가능성에) 경계하고 있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은은 이 총재 주재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일문일답.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어떻게 진단하나.
▲가계부채가 현재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가계부채가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났지만 구조의 질적인 측면의 개선이 있었다. 분포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부채현황을 감안해 볼 때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은 전반적으로는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가계부채 구조의 질적 개선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했다. 고신용(1~3등급), 고소득(상위 30%) 등 우량차주의 비중이 65%내외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만을 보더라도 금융자산이 부채를 웃돌고 있다. 무디스,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도 국내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가계부채의 차주분포 등 질적 구조개선 노력을 감안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문제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는 대내외 금융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저소득,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근 2금융권 대출도 조이면서 대부업체로의 풍선효과 우려도 나오는데.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많다. 최근 효과를 나타내면서 작년 12월과 지난 1월 증가세가 낮아졌다. 최근 가계 증가세 둔화가 계절적 요인도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거시정책과 부동산시장 등을 고려해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대책이 점진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최근 리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 우려가 많다. 현재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올라가고 내수가 부진한 데다 국내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된 적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2%로 올랐지만, 봄철 농산물 출하시기를 앞두고 있고 유가의 기저효과도 약화될 것이다.

물가안정목표인 2%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성장률 또한 소비가 특히 부진하는 등 회복세가 미약하다. 그럼에도 설비투자 개선, 2% 중반의 성장세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지난해 2월에 발효된 교역촉진법에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거기에 걸리지 않는다. 환율에 대한 한은의 포지션은 기초 경제 여건을 반영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고 단지 쏠림현상으로 인해 과도해질 경우 시장 차원에서 개입한다는 게 원칙이다. 다른 목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조작국 지정될 경우 영향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것이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높은 교역관계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과 수출 등 높은 연관성이 있는 우리나라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겠다.

-'4월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데.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 부담 등을 거론하며 4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일단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게 아니라 이미 알려진 리스크다. 이미 적극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4월 위기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외국인 통안채 보유가 늘고 있는데 FX스와프비율 하락에 대한 생각은.
▲FX스와프레이트가 하락하는 건 크게 보면 세 가지 요인이 있다. 근본적인 것은 내외 금리 차 축소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 역회 선물환 매도 증가에 따라 은행이 포지션 조정을 위한 외화자금 조절 가능성 등이 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정차입 목적으로 국내 채권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스와프레이트가 현 수준에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의 재정 차입 목적인 채권투자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경상수지 흑자가 커진 데는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만이 영향을 준 것인가.
▲흑자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보면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일 큰 경기적 요인은 저유가로 인해 수입금액이 크게 감소했던 점, 내수가 둔화되면서 수입 수요가 부진했던 점이 있다.

구조적 요인 가운데 고령화 요인이 가장 크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저축률이 높아져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다. 국내 고령화 진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줬다.

계량적으로 보면 경기적 요인이 아무래도 더 크지만 구조적 요인도 상당부분에 이른다. 저유가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 효과가 약해지고 설비투자 개선으로 수입이 견조하게 늘 것으로 예상돼 경기적 요인의 경상수지 확대 기여분이 줄 것이다. 구조적 요인, 고령화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는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출이 'V'자형 반등을 보이고 있다. 성장경로에 대한 전망은.
▲수출은 1월 봤던 전망경로에 비해 좀더 개선될 것으로 본다. 그 배경은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물량과 금액 양쪽에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확대됐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 등 글로벌 IT업황이 호조를 보인 게 컸고 유가 상승에 따라 자원 수출국의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IT가 주도하고 있지만 비IT까지 포함해 고루 증가하고 지역도 어느 한쪽만이 아닌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수출이 마냥 좋다고 보기엔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증대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도 정치·외교적 이유로 무역제재가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보면 수출 여건이 마냥 좋지만은 아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품목·지역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맞겠다.

-원화 강세에 물가와 수출은 어떤 영향을 받나.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물가엔 하방 압력으로, 수출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가격 경쟁력 떨어뜨려 수출에 영향 주겠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로 인해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은 옛날보다 낮아졌다.

근거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생산활동에 있어 수입 중간재 비중이 높아졌다. 점점 더 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좀더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점 감안하면 종래 환율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

-정부에서 채권수익률 곡선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장기금리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다.
▲시장 수요에 맞춰서 장기채 발행을 늘려 일드 커브를 스티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발언이 있었던 걸로 안다. 장기 시장금리엔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 상황이 작용할 것이고, 해외 금리도 작용한다. 채권 수급 상황이 장기 시장 금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가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는 어렵다. 

-물가상승률 2.0% 정도 나오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한은의 전망은.
▲실질금리는 통상 명목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은, 그만큼 한은이 저조한 국내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부추기기 위해 통화정책을 그만큼 완화적으로 운용한다는 하나의 증거다. 통화정책 방향의 기본 스탠스는 수요 면에서 물가 상승압력 크지 않고 성장세가 미약하기에 당분간 완화 기조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오래된다면 경기회복에 도움되겠지만 그 자체가 금융 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회복과 금융안정 목적으로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재조정 계획은.
▲잠재성장률은 2015년 3% 수준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설비투자 부진,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향상 미흡 등을 감안해 성장세가 미약해졌을 것으로 본다. 이런 부분들을 다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은 과거 추정치보다 좀 낮아졌을 것으로 본다. 이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