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02.23 16:27:32
[프라임경제] '담뱃세 논란'이 계속 논란을 키우고 있다. KT&G(033780)에 대해 감사원이 공정거래법 위반(독점적 시장지배사업자 지위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면밀한 조사와 압박이 진행된 것.
이는 2015년 1월1일자로 이뤄진 담뱃세(정확히는 '지방세법'상 '담배소비세') 인상 국면에서 '재고차익'을 KT&G와 외국계 담배회사 등이 챙겼다는 논란 때문이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반출할 때 세금을 납부하게 돼 있다. 그러므로 물건값이 인상될 소식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이를 쌓아뒀다 나중에 세금이 더 붙어 오른 가격으로 팔면 이익을 앉아서 챙길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두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당국에서 이 같은 재고차익의 가능성을 인지, 그것을 환수할 규정을 촘촘히 마련해 두는 경우가 아닐 것. 둘째, 매점매석 고시 등을 통해 물건을 쌓아두는 것을 금지하지 않을 것.
기획재정부는 다른 여러 경로에서 제기하는 환수 방안 마련 필요성을 사실상 묵살했다. 이 과정에서 연말 담뱃세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일선에서 매점매석 가능성이 감지됐다.
차선책인 매점매석 고시 가동이 뒤늦게 이뤄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점매석 고시 발동 정보가 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담뱃세 인상 정부안 발표부터 매점매석 고시 발표 전까지 공백을 활용해, 반출량을 대거 늘리는 방식으로 재고차익 챙기기 열풍이 불었다.
두 외국계 담배회사는 제조장에서 임시 창고를 빙자한 가짜 유통 라인으로 물건을 내보냈다는 지적을 받거나, 심지어 허위 매출 기록을 남기는 등으로 재고 물량을 확보해 불법 지적을 받았다.
KT&G의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행동의 결이 약간 다르다. KT&G는 매점매석 고시 시행 직전 이틀간 약 1억100만갑을 반출·유통했으나 조사 결과 늘어난 반물 물량이 지점·지사 등 유통단계로 실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14년 말 기준 반출 재고(1억9963만갑)도 2013년 말(1억9844만갑)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적인 반출 재고 조성에 따른 탈루나 매점매석 고시 위반으로 지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이 점에서 꼼수 지적은 받을 망정 외국계 담배회사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감사원은 KT&G가 담뱃값 인상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고시' 정면 위배는 안 했어도 '1100만갑' 교란효과 존재
일부 언론이 KT&G는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동정적 뉘앙스의 기사를 내기도 하는 점은 이런 부분에 기인한다.
하지만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매점매석 고시에 정면 위배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재고차익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KT&G가 강변 중이고, 일부 언론 보도도 그런 시각을 따르고 있지만 매점매석 고시 상한선을 안 건드렸다는 점은 사실 대단히 큰 의미는 없다.
단지 정부에서 물가안정이나 수급대책 등을 위해서라도 민간의 거래 자유를 너무 지나치게 압박, 제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104% 룰'을 평소 재고 대비 사재기 허용선으로 절충한 것이고, 이를 어길 경우 실제로 파렴치범으로 지탄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선만 지키는 경우가 있다.
KT&G는 그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매점매석 고시로 성가신 규제가 생기기 전 이미 1억갑 이상을 부정하게 '밀어내기'했으며, 그 과정에서 실제로 연말에 평소 대비 1100만갑 이상을 더 늘려 사재기했고, 이것이 그대로 재고차익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KT&G 측이 내세우는 논리가 하나 더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담배사업자법'에 담배의 가격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회사가 보유한 재고담배에 임의로 세금 인상으로 오른 가격을 붙여 받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취지는 임의로 가격을 올려받지 말라는 입법취지인 것이지, 세금이 오르는 과정에서 우연히 혹은 고의로 재고차익을 얻는 담배회사의 이익을 정당화해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다.
이런 주장과 정황을 면밀히 검토할 때 KT&G는 법의 공백을 최대한 활용할 구상으로 용의주도하게 일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즉 '꼼수지만 불법은 아니며', 세금을 더 내고 싶어도 세금 명목으로는 절대로 낼 수 없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고심 끝에 감사원마저도 사업자 지위를 악용했다는 다소 우회적인 법리 해석을 내놓는 어정쩡한 상태가 됐다. 일선 담배 소매상의 물량 공급 요청을 최대한 누르면서(완전경쟁시장의 작은 담배회사였다면 이런 사재기 광풍 와중의 주문을 임의로 상당 부분 '연착'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 자사의 창고에 물건을 쌓았다 이를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부터 풀었다고 구성하면 공정거래법 저촉 가능성이 생긴다.
◆'소급과세'하지 마라? '성실납부' 외면 '과세표준 혼란' 고의범
이런 상황에서 '지방세기본법'에는 행위의 시점 이후의 법에 따라 과세를 당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소급 가세 금지의 원칙(제 20조)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KT&G가 간과 내지 애써 외면한 것이 있다. 바로 '성실납세 의무'다. '지방세기본법' 제18조상의 이 의무 때문에 제129조 이하의 처벌 규정도 작동한다('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지방세를 포탈하거나 지방세를 환급·공제받은 자'를 처벌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지방세법'상 담배소비세의 납부의무자가 아무리 재고차익을 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도, 이 과정에서 부정한 회계 방식에 의해 '지방세기본법'상 납부 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집중조명되면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처벌 논리는 다시 그 액수 크기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른바 '부정'을 어떻게 볼 것인지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와 거래 방식으로 보면 되는 것이 전체적인 입법과 판례의 태도로 보인다.
이를 위반하면 실제로 과세표준을 다시 뽑아서 세금을 더 받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이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일반 민사논리상 부당이득분으로 지목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 KT&G 같은 고의적 행동의 경우에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공백을 메울 여지도 존재한다.
다시 지방세기본법에서 담배 관련 세금을 세부적으로 다루는 '지방세법'으로 돌아가 보자.
◆6:4 또는 4:6…지방에 푼돈 먼저 던져주고, 나중에 國 이익 챙겨줘?
이 법의 하위규정인 대통령령에 따르면, 각 지방에 들어온 담뱃세를 안분하도록 돼 있다. 즉 각 시·군들이 각자의 관할 내에서 팔린 담배 소비량(소매상의 실제 매출 참조)에 따라 제조장 반출 기준 담배회사가 낸 세금을 나눗셈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다시 매점매석 고시 발효 직전 급격히 KT&G가 반출량을 늘렸다는 점을 여기 대입해 보자. 일시적으로, 매출이 커지므로(분모가 급격히 커지므로) 각 지역에 배분되는 돈도 늘어나는 것으로 일단 보인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반출에 따른 담뱃세 크기가 커지는 것은, 이후 실제로 T&G의 각 지역 지사나 창고 등에서 일선 소매점으로 나가는 양이 조절되면서, 실제 유통상황에 가깝게 보정된다는 식으로 생각할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다른 두 문제가 있다.
첫째, 담뱃세가 오를 것이 뻔한 상황에서(이 사안에서는 2015년 정초 기준) 지방에 돌아갈 돈을 반출량 조절이라는 식으로(사재기 형식으로) 먼저 크게 던져줘 버리는 행동을 하면(교란하면), 지방에 내려갈 세금이 적은 세원 비율에 의해 먼저 지급돼 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kT&G 실적에 의하면 먼저 반출된 비정상 물량 때문에 담배 원가가 덜 지출되면서도 수익은 더 크게 늘어나는 점이 2015년 연간 실적에서 보인다. 이 이익에 법인세를 빼면 얼추 감사원이 문제시하는 3300억원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문제는 지역별 안분 기준이다. 이 시점을 악용해 미리 지역에 큰 돈을 주고(하지만 실제로 전체 그림에서 보면 이조차도 푼돈), 나중에 과세의 시스템에 변화가 온 뒤 시장에 물건을 풀면 결국 국가에 돌아갈 돈을 늘리기 위해 지방의 이익을 줄여버린 부정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중적인 부정'의 문제다.
실제로 2015년 담뱃세 조정 전에는 지방이 6을 쓰고 국가에 4가 귀속됐지만, 이 시기 이후 국가가 6, 지방이 4를 배정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미리 2014년에 반출량을 조정해 버리고, 세금은 나중에 왜곡된 배분을 한다는 식으로 작동을 하면 이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지방 이익을 희생시켰다는 논리가 형성된다.
심지어 담배협회 관계자가 기재부에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 상주하는 등 제도 변경 문제를 미리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도 하므로, KT&G의 행각은 결국 국가(소송상 '國(국: 소송상 주소는 법무부의 주소인 경기도 과천시 정부청사로 쓴다.)'의 공모 내지 방조를 활용해 지방 이익을 손실시키고 약 3000억의 눈먼 돈을 챙긴 게 된다.
아울러 백복인 대표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알고도 전임 대표의 성과급 등에 대해 별달리 제동을 걸지 않았으므로, 회사+백 대표 혹은 회사+백 대표+국이 지방의 세금 손실분 시뮬레이션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특히 백 대표는 민영화 이후 첫 공채 출신 내부승진 CEO다. 이런 인물이 이끄는 상황에서 각종 소송 이슈가 불거지고, 특히 최순실씨 인사 개입 논란이나 세금 탈루 의혹 등까지 겹치는 점은 크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삐 풀린 KT&G'가 폭주하는 것을 막아야 할 인사가 오히려 잘못 운전하고 있는 셈.
따라서 이번 담뱃세 꼼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소송 방식으로라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