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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빈 병 보증금 인상…소비자 직접 반환율 늘까?

'재사용률' 품질이 관건, 자발적 참여 이끌어야

하영인 기자 기자  2017.02.22 1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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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곳저곳에서 모은 병이야. 하루에 30개씩 받아주니까 개수 맞춰서. 맥주는 개당 50원인데, 비싼 병은 거의 안 보여. 소주병이어도 3000원은 받을 텐데…."

임병묵씨(가명·68·남)가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맥주병 서른 개를 건네주고 받은 빈 병 보증금 1500원을 보여주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일컫는 '비싼 병'이란 인상된 보증금이 적용된 올해 출고한 소주·맥주병 등이다.

정부는 빈 병 재사용률 제고를 취지로 지난달 1일부터 소주, 맥주 등 주류와 음료 빈 병에 부과된 보증금을 인상했다. 소주병 보증금은 기존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 콜라·사이다병은 40원에서 100원, 1ℓ 이상 대형 주스병은 350원으로 올랐다.

빈 병 보증금제도는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모든 주류나 청량음료류의 판매가격에 빈용기값을 포함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 소비자가 빈 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 보증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소비자 직접 반환율, 빈 병 품질 좌우…" 24→70% 목표

제도를 시행한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 신병보다는 지난해 제조한 병들이 더 쉽게 눈에 띈다.

이마트 직원 최유라씨(가명·여)는 "보증금제도 시행 이후 평소보다 찾는 이가 많이 늘었으나 실상은 대부분 구병을 들고 온다"며 "때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상자당 보통 30병씩 십여개는 쌓인다"고 언급했다. 

이곳은 '빈 병 무인회수기'가 없어 빈 병을 팔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도움이 필수다. 지난해 12월 기준 빈 병 무인회수기는 전국 53곳에서 운영하는 103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올해 100곳을 더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씨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손수레를 끌고 온 한 노인이 굽은 허리를 펴면서 소주병 30개를 박스 안에 옮겨 담는다. 대기표를 끊은 그는 곧 1200원을 주머니에 넣고는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부는 빈 병 보증금을 인상함으로써 가정용 주류 빈 병 회수율을 끌어올려 주류제조사의 병 재사용률을 높여 경제적 이익과 함께 환경 보호에도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빈 병의 재사용률과 횟수 부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핀란드의 경우 빈 병 재사용률은 98.5%, 재사용횟수는 30회며 독일은 각각 95%, 40회 이상이다. 환경부에 따른 우리나라 빈 병 재사용률은 85%, 재사용횟수는 8회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 반환이 활성화되지 않아 회수된 빈 병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소비자가 직접 반환해 소매-도매-제조사로 정상적인 회수경로를 거친 빈 병과 달리 고물상·빈 병상 등을 통하면 회수 과정에서 파손·훼손, 이물질 등 파쇄요인이 많아져 재사용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소비자의 빈 병 직접 반환율을 현재 24%대 수준에서 70%까지 끌어올리고 현재 85% 수준인 빈 병 재사용률을 95%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소매점에 '철퇴'보다 근본 대책 마련 시급 

정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나름의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소매점은 물론 대형마트들도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병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거나 병을 관리하는 수고로움에 비해 취급수수료가 적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취지와는 반대로 환급을 꺼리는 일부 소매점들의 행태로 제도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저는 아르바이트생이라 잘 몰라요. 사장님 오시면 여쭤봐야 해요." "우리도 받긴 하는데, 공간이 마땅찮아서요. 근처 B마트로 가시는 게 어떠세요?" "우리 마트에서 구입한 영수증부터 보여주세요" 등 거절하는 유형도 판에 박혔다. 

환경부는 빈 병 보증금 환불을 기피하는 편의점 등 소매점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원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간담회를 열고 관계자들을 한데 모아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 

빈 병 반환 무단 거부, 반환 요일이나 시간제한, 1일 30병 미만에 대한 구입 영수증 요구, 1인당 반환 병 수 제한 등의 행위를 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럼에도 지역마다 환불을 기피하는 소매점들은 여전히 있지만, 한 달 전보다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GS25 직원 김진영씨(가명·30·여)는 "지하철 내에 있다 보니 빈 병을 환불하러 오는 분이 없어서 오늘 처음 봤다"면서도 상품명에 공병매입 항목을 넣고 차분히 환불처리를 도왔다.

기타 주변 편의점 3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빈 병 보증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는 직원들은 자연스레 빈 병을 받고 소정의 현금을 건넸다. 

편의점 CU 아르바이트생 김지나씨(가명·25·여)는 "사장님이 빈 병 무조건 받으라고 하셨다"며 "뉴스만 틀어도 빈 병 얘기가 한 번씩은 나오니 도저히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빈 병 보증금 인상의 주요 쟁점은 몇 가지로 추려진다. 그중 하나는 빈 병 보증금 인상을 빌미 삼아 일부 유통업체와 식당에서 그 이상의 판매가를 올리는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며 또 결국에는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인다.

이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앞서 정부의 투명성과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