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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큰 약골? IB 노린 대형증권사 ROE↓

"중개수수료 수익 감소·채권 역풍에 손실 확대"

추민선 기자 기자  2017.02.22 15: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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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노리고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늘린 증권사들의 내림폭이 컸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미래에셋대우(006800),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지난해 평균 ROE는 3.8%에 그쳤다. 지난해 평균인 7.03%의 절반 수준이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연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ROE가 높을수록 투입된 자본 대비 순이익을 많이 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거래대금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들면서 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 수익이 감소한 데다, 채권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손실이 커졌다. 여기에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도 한몫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슈로 지난해 10~11월 시장금리가 급반등하며 채권가격이 급락한 와중에 '금리+알파' 차원에서 채권 보유를 늘린 것이 손실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003540)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039490) 등 11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11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증권사 주요 채권매매대상인 국고채 시장금리가 지난해 4분기부터 30-40bp(1bp=0.01%포인트)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채권 보유가 많은 대형증권사의 경우 수백억원의 채권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 듀레이션 0.5년 가정 시 최근 금리상승(30~40bp)에 따른 일부 증권사의 산술적 채권평가손실 규모는 많게는 2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별 운용전략에 따라 최종손실 규모는 차별화할 수 있으나 단기간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스왑 등을 통한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합병,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면서 ROE는 더욱 내려앉았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새 출발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합병 비용 부담 때문에 순이익은 전년대비 94.7% 줄어든 16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5년 각각 7%, 6%였던 ROE가 통합 후 0.3%로 확 감소했다. 

KB증권도 자기자본이 4조1000억원 규모로 늘었지만 지난해 4300만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로 올라선 삼성증권도 ROE가 2015년 7.9%에서 지난해 4.7%,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8.6%에서 6.3%로 각각 줄었다. 

NH투자증권은 대형사 중 유일하게 2015년(4.8%) 대비 ROE가 개선됐지만 5.1%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증권사는 대규모 몸집 불리기에 비해 수익성이 저조했다. 특히 자기자본 약 6조7000억원으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시장 추정 평균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에 빠졌다. 

전년 1485억원보다 97.6% 줄어든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세전이익(법인세비용 차감 전)도 206억원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5% 감소한 2998억원, 삼성증권 영업이익은 2117억원으로 43.8% 쪼그라들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3.9% 영업이익 감소로 선방했다. 실제 영업이익은 3.9% 줄었지만,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2%, 10.3% 증가한 8조8415억원과 2362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증권사 중 매출액 8조원 이상을 기록한 건 NH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목표로한 초대형 IB사 출범 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자기자본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발행어음과 외국환업무, 8조원 이상은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에 2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고 12월에는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현재 3조8000억원인 자기자본은 오는 3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4조12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1700억원에서 4조1620억원, KB증권도 유상증자를 지난해 12월 시행해 자기자본을 3조8000억원에서 4조1500억원으로 늘렸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우증권과의 합병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로 거듭났다. IMA업무를 따내기 위해 연내 8조원까지 자기자본을 늘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당장 수익을 내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레버리지를 올려 IB사업을 하더라도 올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데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제인 옛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지주회사 자기자본비율(BIS) 등 기존 규제가 여전하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달 자금과 신규 허용될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IB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올해는 대형증권사들이 IB와 PI(가치투자) 등 신사업 전환을 서두르겠지만 운용규제가 여전하고, 수익 창출에는 시간이 다소 걸려 현실적으로 ROE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6~7%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