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장범석의 벤토탐방] 오니기리 vs 오니기라즈 벤토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기자  2017.02.22 10:07:0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오니기리(おにぎり)'는 밥에 분말양념이나 물기 적은 반찬을 넣어 뭉친 주먹밥이다. 실제로는 모양을 내기 위해 틀을 사용하고 김 등으로 표면을 감싼다.

삼각형이 주종을 이루지만 원통형이나 구(球)형도 있다. 만들기가 수월하고 보존성과 휴대성이 뛰어나 행락이나 벤토용으로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아무 곳에서나 간단히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오니기리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다. 사전적으로는 '움켜쥐다'라는 '니기루(握る)'가 명사형으로 변한 용어다. 

오니기리는 남은 밥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지혜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 후 생활양식이 변화하며 이제는 중요한 일상음식의 하나가 됐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편의점 삼각김밥이 대표적이다.

오니기리는 무엇보다 밥이 중요하다. 쌀알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세척한 후 생수를 사용해 약간 되게 짓는 것이 포인트다. 때로 소금과 다시마를 첨가해 연한 밑간이 배도록 하기도 한다. 

1987년 '이시카와(石川)'현 선사시대 '야요이' 유적지에서 탄화된 쌀 뭉치가 발굴됐는데 이 탄화미에 인간의 손가락 흔적이 관찰된다고 한다. 약 2000년 전 일이다. 오니기리는 정착생활과 함께 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오니기리 기원은 8C '헤이안(平安)'시대 나타나는 '톤지키(屯食)'라는 벤토다. 톤지키는 커다란 계란모양 찹쌀주먹밥에 반찬을 담아 귀족들이 하인에게 하사한 음식이었다. 

세월이 흘러 에도시대 초기, 김 양식법이 개발되고 시중에 김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오니기리는 단순히 밥을 뭉치거나 표면을 그슬리는 원시요리 수준이었다. 여기에 김이라는 첨단 식자재가 결합하자 오니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김은 밥알이 손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고 영양분을 제공하는 훌륭한 식재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콤비가 탄생한 것이다. 

오니기리와 함께 최근 젊은 층이 주목하는 요리가 '오니기라즈'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따지자면 '니기루'의 부정형으로 '뭉치지 않은 오니기리' 정도가 될 것이다. 

오니기리를 뭉치지 않고 만든다니? 그 전모는 이렇다. 오니기리 만들기가 수월하다고 하지만, 밥에 조미를 하고 틀로 찍어 내는 절차가 필요하다. 여기에 김을 결합하는 과정도 들어간다. 

오니기라즈는 준비된 재료를 넓은 김 가운데에 포개 놓은 후 보자기 싸듯 네 귀퉁이를 중앙부에 모이게 한다. 그리고 반으로 자르면 낯익은 샌드위치 모양이 탄생하며 요리가 끝난다. 

오니기라즈는 오니기리보다 재료의 선택폭이 넓다. 계란이나 치즈·돈카츠패드·불고기·소시지 등이 단골 소재다. 

오니기라즈의 가장 큰 특징은 요리(오니기리)를 만들 때, 재료를 손으로 뭉치거나 누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의 나라 언어에 시비할 생각은 없지만, '안 뭉치는 주먹밥'은 아무래도 형용모순이 아닐까 한다.

오니기라즈는 지난 1991년 요리만화 '쿠킹파파'를 통해 요리의 콘셉트가 세상에 소개된다. 이 아이디어를 낸 것은 만화 작가의 부인이라고 한다. 그 후 2014년 9월 '쿡패드'라는 유명 요리사이트가 오니기라즈를 특집으로 소개하자 일거에 전국적 관심을 끈다. 

요미우리신문 같은 대형 매체도 독자적 레시피를 소개할 정도였다. 곧 김 메이커들이 오니기라즈 전용 김을 개발하고 지난해에는 대형 벤토 체인 '홋카홋카테이'의 정식메뉴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 이 회사에서는 카라아게 등 오니기라즈 3종을 신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양이나 칼로리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아직은 사이드메뉴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더 진화해 새로운 벤토의 영역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