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인간과 인공지능(AI) 번역 대결에서 인간이 압승했다. AI 번역기는 30점 만점에 최고 15점, 낮게는 10점 이하 점수를 받았다.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사이버대학교 주최로 열린 '인간 대(vs) AI의 번역대결'이 진행됐다.
이날 대결에서는 경력 5년 이상의 전문 번역사 4명과 인공 신경망 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NMT) 방식이 도입된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의 'PMNT'가 실력을 겨뤘다.
주어진 문제는 150단어 내외의 문학과 비문학 지문을 각각 한국어에서 영어,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주최 측은 번역기가 사전에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온라인 상에서 한 번도 번역된 적 없는 텍스트를 선정했다.
사용된 지문은 비문학 부문 김설영 수필집의 '셀프빨래방'과 폭스 비즈니스 뉴스 기사 일부, 문학 부문 강경애 작가의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과 '늦어서 미안해(Thank you for being late)' 일부다.
각사 번역기는 지문을 넣고 '번역하기'를 실행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번역문을 완성해냈다. 반면 전문 번역사의 번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 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심사 결과 전문 번역사가 총 30점 만점에 25점대였고, AI 번역기의 경우 우열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점수가 가장 높은 번역기가 15점, 나머지 두 번역기는 10점 이하를 받았다.
이날 결과를 발표한 곽중철 한국외대 교수는 "문제가 상당히 어려웠고, 전문 번역가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점수 격차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학 부문에서는 특히 문법도 맞지 않고 AI 번역기가 어쩔 줄 모르는 느낌이 있다"며 "다만 전문 기술분야의 경우 번역기 실력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 결과를 보면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번역기의 점수가 높았고, 네이버의 '파파고'처럼 번역 글자수에 제한이 있는 경우 긴 글 번역 시 오류가 더 발생했다.
한편, 이날 대결 심사 중 진행된 AI 번역이 가져올 미래상과 현안을 점검하는 토론이 병행됐다.
토론에 참여한 허명수 한국번역학회 회장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과 달리 번역, 특히 문학이나 설교문을 번역하는 것은 말하는 이의 태도·눈빛·음성·떨림 등 사람이 가진 변수를 간파해야 한다"며 "기계가 이를 간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기계 번역은 아으로 음성인식과 결합하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데, 통역사가 가진 영역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통역사가 이를 활용함으로써 더 편리하고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성희 한국 번역학회 부회장은 "NMT를 하려면 데이터베이스가 매우 중요한데, 구글이나 파파고에서 다루는 문건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많은 투자를 한다면 NMT의 질을 재고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