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업분할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009540)이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라는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면서 분사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현재 회사를 사업 분야별 6개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미 물적분할을 통해 △현대글로벌서비스 △그린에너지 두 분야는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분사를 완료했다. 주총을 통해 사업분할이 승인되면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전기전자시스템) △기존법인(조선해양)으로 나뉘게 된다.
◆힘 실리는 현대중공업 분할 계획
현대중공업은 주총과 관련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분할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것을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
현대중공업은 기존 차입금을 분할되는 회사들에 나눠 배정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를 챙기게 될 현대로보틱스는 2조원의 차입금도 가져간다. 이렇게 차입금 분배를 통해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은 부채비율을 100% 미만까지 낮출 수 있다는 계획.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이에 대해 찬성 의견을 표명하며 현대중공업의 분할 계획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ISS의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주주 구성 중 약 15%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기존 예측보다도 분할에 찬성하는 주주들의 지분율이 더 높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분사를 둘러싸고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저항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5일 분사 구조조정 중단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며 4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지난해부터 따지면 벌써 17번째다. 노조는 오는 22일에도 부분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며 23~24일에는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27일에는 주주총회장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노조·지역사회 "분사 멈춰라"
노조가 이같이 사업 분할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지난달 이후 지지부진한 임단협 교섭을 환기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금속노조 대표가 교섭에 참여하는 문제를 놓고 지난달 19일 이후 임단협을 열지 못했으며. 노사 양측이 서로에게 임단협 파행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며 비난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21일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와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자동차지부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은 주총을 유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금속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조선소가 위치하고 있는 울산 및 군산 지역사회 역시 분할 소문에 크게 반발 중이다. 권명호 울산동구청장 및 울산시의원·동구의회의원 등은 지난 20일 현대중공업의 분사 및 사업장의 타 지역 이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권 구청장은 "현대중공업의 사업부 분할이 결정되면 인력유출로 인한 공동화 현상으로 울산과 동구의 미래는 암담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외면하지 말고 상생방안을 찾아달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이 일감 부족을 이유로 오는 6월 가동중단을 선언한 군산조선소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에는 군산상공회의소의 주체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 범도민 총결의대회'가 열린 바 있다.
이 자리에는 군산시뿐 아니라 전북지역 국회의원 및 대권주자, 도·시의원, 현대중공업 협력사 및 도내 기업체 등 각계각층의 전북도민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사측 "경영활동에 정치논리 끌어들이지 말라"
사업분할 반대라는 이 같은 안팎의 압박에도 현대중공업은 강력한 어조로 반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사내소식지를 통해서도 분사에 반발하는 노조와 정치권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경영권을 침범하고 있다는 역설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사업 분할은 회사 고유의 경영권이며, 노조는 회사의 경영권에 관련된 사안은 존중해야만 옳다"며 "노조의 과도한 경영간섭과 무책임한 사실 왜곡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오랜 기간 지역사회의 버팀목이었던 회사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할망정 인기에만 영합하는 모습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정치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해서 해결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며 분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