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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등판론'은 소설? 이재용 구속 국면 '기대감' 왜

'승부사 기질' 위기 연착륙에 기여할까

임혜현·백유진 기자 기자  2017.02.20 18: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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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부친의 와병 이후 급격히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중심으로 기울던 삼성그룹 구조 재편 상황이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이로 인해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사장 등 이 부회장의 누이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4년경 향후 삼성그룹의 3세 후계구도는 이재용(전자·금융)과 이부진(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패션·미디어)등 세 갈래로 분리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하지만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더 나아가 삼성물산의 정리를 통해 이 같은 3분설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는 오빠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고 사업부문과 투자회사로 나누는 문제도 부각됐다. 이는 삼성생명 금융중간지주회사 논의와 함께 삼성의 3세 시대 개막을 위한 준비 시나리오로 유력하게 검토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 부회장을 위한 조치로 회자되는 삼성물산 합병 문제가 오히려 그의 족쇄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 청구에 실패했다 재청구를 통해 그를 구속하는 데 성공한 상황. 이는 적어도 합병 당시 무리수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뇌물죄 성립이라는 특검팀의 시나리오가 법조계에서 상당히 법리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이를 다퉈볼 필요가 충분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국면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블룸버그통신에서 그의 구속과 관련 이부진 등판론을 언급, 보도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 사장은 호텔신라 실적 문제로 상당한 고심을 거듭 중인 때다.

삼성전자 호실적 배경,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이재용 기여도는?

실적부터 우선 살펴보자. 이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6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76.92%, 전년 같은 분기보다는 49.84% 급증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2013년 3분기 역대 최고치인 10조1600억원 이후 13분기 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 즉 반도체 대수요 발생 국면이라는 외부적 요인이라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아직 갤럭시노트7 발화 현상 이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신뢰도 하락 현상을 확고히 극복했는지에 대한 확증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진행해온 여러 통큰 M&A 역시 '돈이 안되는 것은 다 내다판다'는 평가가 뒤따랐던 점, 지나치게 안정지향형 경영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점 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결국 그룹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리더십 발휘보다는 안정성 추구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가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의 보직을 맡은 시기뿐만 아니라 사장을 거쳐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에도 경영 성과에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는 한발 비껴서 있었다는 평가와 겹쳐보면 문제가 더 커진다.

여기에 승계구도 구축을 위해 비도덕적이고 불법성 짙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까지 이번 최씨 농단 사건에서 불거지면서 '이재용 체제 구축' 역시 일단 정지 후 시장의 평가를 다시 원점부터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대에서 깔아놓은 전자, 특히 반도체 등 '백년대계의 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마땅히 미래 성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실적을 보여주기 전에 부도덕한 모습부터 드러냈기 때문.

이 사장에 세간에서 눈길을 주는 이유는 오빠와는 반대되는 특질을 그녀의 경영 패턴에서 찾을 수 있다는 호의적인 시각이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라희 역할론' 등 가십성 요소와 성장성 둔화…이부진에 부담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가십성 접근도 없지 않다. 삼남매의 모친인 홍라희 여사가 이 부회장을 탐탁찮아 한다는 평가(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최씨 농단 사건과 관련 특검에 이 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짐)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기대에 못 미치는 오빠 대신 여동생을 올린다는 것인데, 이는 홍라희 여사가 영향력을 발휘해 삼성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과거에도 있었던 것과 같은 정도의 맥락으로 평가된다.

삼성 일각에서 이부진 등판론을 거론한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소설' 등 비판적 평가를 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 갈등 요소를 일정 부분 지우고 보더라도 이 사장 등판론의 근거는 없지 않다.

과감하게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선도하고, 빠른 판단력으로 리스크 관리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15년에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기로 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특정 사업을 위해 다른 재벌 집안과 협력하는 과감함을 드러낸 것.

까다롭기로 소문난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을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시켰고, 2013년에는 신라호텔 1층에 영국 최고가 보석 브랜드 그라프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에는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시계매장 운영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국내 면세점 외에도 해외 면세점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면세업체들에 비해 돋보인다. 

아울러 '신라스테이'를 내세워 비즈니스호텔 시장 개척이라는 새 먹거리 영역에도 공을 들였다. 위기 대응에도 빠른 면모를 보여왔다. 2011년 한복을 입은 여성이 호텔 내 뷔페에 출입 거부를 당해 문제가 된 경우(디자이너 이혜순씨 사건)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 때 제주 신라호텔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경우에도 직접 빠르게 사과를 구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을 지휘한 바 있다.

적어도 삼성병원 메르스 문제로 홍역을 치르면서 이 부회장이 보인 대처 능력보다는 반 걸음쯤 빨랐다는 평이다.

문제는 과감한 투자가 언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다. 호텔신라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0.3% 늘어난 9346억원,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15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 문제 등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신라호텔의 영업이익율은 2%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말 이 사장 취임 후 2011~2012년 연속 5%대를 기록하고 이후에도 3~4%대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최근 수년간 면세업종이 겪은 정책 제재와 국내 면세점 산업의 경쟁 심화를 고려해도 성장이 둔화 국면에 들어선 것은 분명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만히 아무 것도 안 하고 안정성만 찾는다는 오빠와는 분명 다른 행보인데, '리틀 이건희'라는 평가를 완성하고 또 '이재용 대체재'로 확고히 평가를 얻기까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요소가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 1월26일 미래에셋대우의 보고서는 호텔신라에 대해 "호텔신라의 면세점은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또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영업적자 폭이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업을 시작한 태국 푸켓 시내면세점도 아시아 시장 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신라스테이가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낸 것도 고무적이다. 즉 신라스테이의 승전보와 같이, 호텔신라가 공들여온 새 이슈들, 그리고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과물이 순차적으로 나와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호텔신라의 차입금 의존도가 2014년 말 31.8%에서 지난해 38% 수준으로 높아진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지 않은 주문이라는 반론도 따른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에 바로 이부진 역할론을 외신이 거론하는 등 삼성에 대한 시선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부진 성적표'에 대한 관심과 독촉 또한 강화될 전망이다.

◆투자한 영역들, 삼성스테이만 같았으면?

구원등판론 즉 대체재 언급은 실적이 어떻든 이씨 일가가 옥중 결재를 하며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게 '당연시되는 전횡 상황'을 두고 볼 이유가 없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생각 일면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 부회장을 일시 대행하는 것이든, 완전히 사령탑을 바꾸는 것이든 간에 우수한 결과물을 계속 내야 한다는 압박이 시작된 셈이다.

이는 계속 일정하게 혹은 그 이상 우수한 결과를 내라는 요구인 것이지, 이씨 오너 일가 내부에서 누가 등극을 하느냐의 권력투쟁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봐야할 부분이다.

사장단의 비상경영체제로 꾸려질 상황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바로 이 사장의 중요성이나 역할론이 축소되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 뒤따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기 영역의 성과를 통해 삼성 오너 일가에 인재가 없지 않음을 과시하고 이로써 삼성 위기를 연착륙시키는 데 일조할 책임이 주어진 셈이다.

이 사장의 그런 역할이 추후에 '리더십'이나 '삼성을 이끌 적임자' 평가로 이어질지는 그 다음의 문제다. 삼성의 주축인 전자 영역이나 중요한 금융 계열사를 이끌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빠 대신 등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은 오히려 이런 오너 일가로서의 역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부차적 문제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