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저성장 탈출이라는 명목 아래 지방 주요지역에 복합쇼핑몰 개설에 힘쓰면서 지역상인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천 영상산업단지다. 신세계(004170)컨소시엄은 지난 10월 부천시에서 개발 중인 영상산업단지 내 쇼핑·상업단지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부천시 소상공인을 비롯한 인근 인천 부평지역 소상공인들은 교통난과 상권붕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사업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에 신세계 측은 당초 예정 규모의 절반가량으로 사업을 축소하고, 하남 스타필드 형태의 초대형 쇼핑몰에서 부산 센텀시티 형태의 초대형 백화점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부천시와 인천시 지역 상인들은 주민소송까지 제기하며 사업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곳은 이뿐이 아니다.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인 광주신세계는 숙박·쇼핑·문화·여가시설 등을 포함한 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중소 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반발이 심화되자 광주신세계는 당초 계획보다 면적을 40%가량 줄이고 "소상공인들의 삼켜버리는 공룡 점포가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대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지역상인들이 복합쇼핑몰 건립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앞선 사례들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난 9월 '세상에 없던 쇼핑몰'을 표방하며 스타필드 하남을 성황리에 개장했다. 오픈 초기 '교통 대란'을 초래할 정도로 예상치를 웃도는 인기를 모은 스타필드 하남은 오픈 140일 만에 누적방문 고객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일 평균 방문객 수는 7만1000명 수준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2600만명에 달한다. 신세계 측 자료에 따르면 연간 2600만명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고객이 방문하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객 수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스타필드 하남이 인기를 끌자 지역상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어졌다. 개점 이후 하남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은 직격타를 맞아 매출이 20%가량 줄었기 때문. 신세계가 주장했던 '지역경제활성화'는 남 얘기가 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남지역에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입점까지 추진되면서 지역상인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겪은 타 지역상인들은 숨통을 조여오는 거대 유통공룡의 움직임에 대거 반발하며 제 살길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물론 대형 복합쇼핑몰이 출점하면 일자리 창출효과와 지역상권 부흥효과가 나타난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들이 주장하는 효과의 실제성은 미지수에 가깝다.
실제로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오픈 전 하남지역 5000여명의 직접고용, 3만4000여명의 간접고용 효과를 예상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총 1350명의 하남시민을 고용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에 불과한 긍정적인 효과에만 집중해 실제 피해 사례를 묵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탄탄한 브랜드력과 압도적인 물량으로 무장한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지역상권 파괴와 소상공인 몰락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생계를 지키려는 상인들의 처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