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학습교재 개발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업을 영위하며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는 법인으로부터 초등학습교재 개발을 의뢰받았다. 하지만 납품한 교재 일부에서 오류가 발견, 해당 교재의 전면 재인쇄, 재배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전액을 교재 개발자가 부담했다. 이 분쟁에서 중점은 무엇인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한 분쟁조정 사례를 통해 조명해본다.
학습교재 개발 사업자 A씨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는 B사와 한 해 1·2학기 두 차례에 걸쳐 초등 3~6학년까지 4개 학년의 △국어 △수학 △사회 △과학 4개 교과의 학습교재를 만드는 내용의 편집 대행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납품받은 교재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이에 양 당사자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배포한 교재에 대해 전 비용을 A씨가 부담하기로 하고, 이를 3·4학년 교재 편집비 지급 시 상계처리하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A씨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배포된 교재 3만4000부에 대해 재인쇄·배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9183만여원의 비용을 떠안았다.
하지만 1차리콜에 그치지 않고 B사는 합의서 작성 없이 대상 교재를 2~3차례에 걸쳐 재인쇄했고 1억원이 넘게 발생한 이 비용 또한 A씨가 전액 부담했다.
심지어 일부 교재에서 13개의 경미한 오류가 발견, B사는 대상 교재를 전량 회수 후 재인쇄 배포에 나섰고 양 당사자는 그 비용을 A씨가 부담하고 편집비에서 상계처리하도록 하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4차리콜에서 9491만여원의 비용이 발생, A씨의 총 추가비용 부담액은 3억원가량인 셈이다.
분쟁조정협의회 관계자는 "통상 1쇄 오류에 대해 타 출판사에서는 수정표를 배포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B사의 대상 교재 오류에 대한 처리방식은 통상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련의 비용을 A씨에게 전액 부담시킨 행위는 B사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거래상대방에 대해 불이익을 제공,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위반혐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사는 애초 월말까지 납품하라는 약속과 달리 기한을 열흘 줄여 납품하라고 요구했다"며 "최종본 교과서 입수 후 15일도 안되는 기간 내에 교재 검토를 마치란 것인데 과도하게 짧은 납품기한을 설정한 B사 측에도 오류발생 책임이 일부 있다"고 토로했다.
재인쇄, 재배포 비용으로 A씨가 부담한 금전적 손해는 해당 교재개발로 인한 순매출액의 2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B사는 앞서 C사와 초등학습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15개의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단순히 정오표를 배포하는 방법으로 마무리 지은 바 있다. 때문에 A씨의 개발교재에 대해서만 재인쇄를 실시, 전 비용을 부담시킨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견해가 나온다.
B사는 "A씨와 협의에 따라 교재개발 일정을 정했다"며 "A씨가 교재개발을 실제 완료한 시점은 A씨가 주장하는 애초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무리한 일정 단축이 오류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계속해서 "오류가 중대해 재인쇄를 실시했고 비용부담에 관해서는 양 당사자가 합의했다. 본 건 교재의 오류 발생 정도가 중대해 계약해지 내지는 손해배상이 필요한 사안이었다"는 말을 보탰다.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불이익제공은 적극적으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는 행위를 하는 작위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자기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나 책임 등을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다.
분쟁조정협의회는 연간매출액 기준으로 볼 때 B사에 비해 A씨는 영세한 사업자이며 B사 계약에 매출액 의존도가 87%에 이르는 점 등을 비춰 볼 때 B사의 A씨에 대한 거래상 지위에 대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B사의 1쇄 교재는 방송교재로 사용하는 만큼 대량 인쇄하므로 오류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타 교재보다 크다.
또 B사가 초등학습교재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해 발행한 교재에서 다수의 오류가 발생, 언론에 보도되는 등 대외적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분쟁조정협의회 관계자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재인쇄·배포 비용 일체의 부담전가 행위는 하자담보책임, 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의 부당한 불이익제공"이라며 "과다한 비용 부담 부분에 관해 반환해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쟁조정협의회는 1차, 2·3차, 4차리콜 사안을 검토한 결과 A씨의 과실비율을 각각 70·40·30% 수준으로 보고 B사가 A씨에게 1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