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상 최대 혹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조선업계에 다소 이른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대의 수주절벽을 겪고 올해는 그에 따른 '매출절벽'으로 전년보다 더욱 험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으나 전년보다 다소 빠르게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최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들은 지난달 총 7척, 약 3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해 이 시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을 쓸어담으며 1위에 올랐다.
비록 전달과 마찬가지로 총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밀렸으나 개별 조선소 기준으로는 △대우조선해양(042660)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010140)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009540) 울산조선소가 각각 글로벌 수주 잔량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재기화 설비(LNG-FSRU)를 각각 1척씩, 현대중공업이 초대형 유조선(VLCC) 2척, 현대미포조선이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1척, 그리고 대선조선 역시 PC선 2척을 수주했다.

이에 더해 삼성중공업은 클락슨에서 반영하지 않는 해양플랜트 부분에서도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논의를 거친 끝에 글로벌 오일메이저 BP가 발주하는 '매드독Ⅱ 프로젝트'에서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를 1조5000억원에 수주한 것.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지난달 수주가 없었던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9일 미주 선사와 옵션을 포함해 총 7척의 FSRU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다만 공식적인 본계약은 오는 4월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단기간 내 추가 수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며 오랫동안 잠잠했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에 있어 청신호라고 할 만하다. 진행되다 저유가로 중단됐던 프로젝트가 재가동되고, 신규 프로젝트 논의도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으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이 공격적인 생산에 나서 하방압력이 주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으나, 이미 국제유가가 50~55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면서 업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셰일자원을 무역에 적극 활용할 뜻을 내비치며 전 세계적으로 LNG 자원 공급 확대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최근 LNG-FSRU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상황을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한다는 의미로 각 선박에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설치를 강제화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노후 선박의 신규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본격적으로 위기가 시작되는 것은 지난해 수주절벽으로 인해 부족했던 매출이 현실화되는 오는 하반기부터인데, 해당 매출 공백을 채우기에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수주잔량 선두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신규 수주가 지난해 수주가뭄을 극복하기는 역부족"이라며 "현재 각 조선소에 남은 일감이 1년치가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양플랜트나 신규 선박 등에서 이전과는 다른 발주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의 트렌드를 잘 읽고 경쟁자들보다 먼저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