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르포] 대한항공 손길 숨 쉬는 B787 핵심 구조물 제작 현장

5개 구조물 제작사업 참여… 2019년까지 총 10대 순차적 도입

노병우 기자 기자  2017.02.20 11:04:0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김해국제공항 활주로 건너편, 71만㎡에 달하는 터에 대한항공(003490) 테크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테크센터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첨단 기술의 산실이지만, 이곳은 한때 '새마을 공장'으로 불려야만 했다. 과거 우리 군과 미군에서 사용하는 군용기 등을 전문 취급하다 보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했기 때문이다. 

도현준 항공우주사업본부 부본부장(전무)은 "41년 전(1976년) 국내 항공산업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 바로 여기"라며 "하지만 방산이기에 그 땐 공장이름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새마을 공장이라 불렀고, 5년여 전부터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테크센터 안에는 △항공기중정비공장 △군용기공장 △민항기제조공장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복합재2공장(민항기제조공장)은 대한항공에게 특별하다. 이곳은 '드림라이너(Dreamliner)'라 불리는 B787-9 항공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은 전 세계의 최첨단 항공기 제작기술이 적용된 B787-9 항공기에 자신들의 기술력이 숨 쉬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은 지난 1986년부터 B747-400 항공기 날개구조물인 '주익연장날개'와 '플랩 트랙 페어링(Flap Track Fairing)', '윙렛(Winglet)' 제작사업 등으로 보잉 747-400 항공기 수백대분의 구조물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4년부터는 보잉사의 787 제작 및 설계 사업에 직접 참여해 △날개 끝 곡선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er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등 5가지 핵심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필수 날개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을 곡선으로 디자인해 보잉사가 이를 채택하는 등 최우수 사업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문했을 당시에도 복합재2공장은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 B787-9의 부품생산이 한창이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천막 문으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천막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작업장에서는 항공기 동체 뒷부분인 후방 동체를 탄소복합재로 겹겹이 쌓는 레이업(composite layup)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탄소복합재는 슈퍼섬유로 불리는 탄소섬유와 고분자 화합물을 결합한 최첨단 소재로, 강도는 철의 10배지만 무게가 4분의 1에 불과하다. 녹도 슬지 않는 데다 탄성률이 철의 7배에 달해 2000년대 이후 개발·제작된 항공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레이업 공정 광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남짓이었다. 외부인이 오래 있을 경우 복합재 성분이 오염될 우려가 있어서다. 때문에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청정시스템을 가동해 바닥의 베큠시스템이 공기를 순환하고, 천장에 달린 170개의 디퓨저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실시간으로 끌어들였다. 

레이업 공정을 마친 후방 동체는 350도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지기도, 조립과 페인트 도색 등 10여단계의 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폭 2.6m △높이 2.9m △길이 5m의 후방 동체로 완성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보잉 787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위해 과감한 설비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덕분에 이 곳에는 20~30년 경력의 핵심 기술자들이 비일비재했다.

이어 "항공기 개발과정에서 선진 항공기 제작사들도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성공할 수 있었던 어려운 작업인 복합 신소재 가공분야에서 뛰어난 품질 수준을 입증해 제작업체인 보잉사로부터 높은 기술 수준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의 기술력이 살아 숨 쉬고 있는 B787-9는 어떤 항공기일까. 

B787-9 항공기는 탄소복합재 가공기술의 혁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는 대폭 줄이면서도 강도를 높인 첨단 탄소복합재의 비율을 기존 15% 이내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연료효율성을 20%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20% 크게 줄였다. 

류화수 대한항공 민항기 제조공장 수감은 "최근 항공기 소재가 알루미늄, 타이타늄에서 복합재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이를 사용하면 항공기는 20~30% 수준으로 가벼워진다"며 "항공기가 5%만 가벼워져도 연료절감량이 상당해 비행기 설계 시 허용 가능범위 내에서 최대한 얇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조립이 완료된 제품은 일본에 수출하기도 하고, 특히 B787 항공기 동체 및 주요 날개구조물 제조의 경우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제조하고 있어 자부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한층 넓어진 창문과 높아진 천정 높이 외에도 기내습도를 크게 높여 승객의 편의성도 대폭 개선하는 등 현재 항공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전 모델인 B787-8 항공기보다 효율성이 상당히 높다. B787-9 항공기의 최대 운항거리는 약 1만5750㎞로, B787-8(약 1만5200㎞) 대비 550㎞ 정도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 아울러 장착 좌석도 250~290여석으로 B787-8 항공기 대비 30여석 더 많다.

대한항공은 이런 B787-9 항공기 1호기를 오는 27일 국내에 처음 들여와 2019년까지 총 1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날 에어버스에 납품 중인 '샤크렛'의 생산 공정도 볼 수 있었으며, 샤크렛은 항공기 날개 끝에 설치되는 구조물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샤크렛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난 2013년 4월 1280㎡ 규모의 '오토 무빙 라인'을 도입했다. 해당 라인은 항온 및 항습 기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소품종 소량생산이 주를 이루는 항공기 부품제작 현장에서 제품의 원활한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오토 무빙 라인' 도입으로 1일 4개, 월 평균 80여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