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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이윤형 기자 기자  2017.02.20 09: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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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느 남녀의 일상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창이 열린 방에 여자와 남자가 있다. 등을 보이고 누운 여자는 반라의 모습이다. 베개 위에 쏟아진 머리카락은 그녀가 갑작스레 남자에게서 몸을 돌렸음을 드러내주는 것 같다. 

이 여자를 등지고 침대에 걸터앉은 남자가 있다. 다림질로 빳빳하게 줄을 세운 바지를 입은 남자는 이마에 깊은 주름살이 팬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그의 옆에는 한 권의 책, 플라톤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그림은 침상에 수평으로 누운 여자와 그 여자와 수직으로 가로지른 형태로 앉은 남자만 보여줄 뿐이다. 그림 속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다만, 사랑 이후의 순간, 타자와 고통스러운 거리를 둔 삶, 꺼져버린 욕망의 공허함, 그 원엔에 대한 냉혹한 질문을 표현한 듯하다. 

이 작품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 미국 도시민들의 쓸쓸함, 허무감, 상실감을 화폭에 담아온 에드워드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이다. 

이른바 '영혼의 치유사'로 불리는 독일의 저명한 대중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서 우리를 '철학으로의 소풍'으로 초대한다. 

현대 문명 한가운데에, 질주하는 시간 문화 한가운데에 철학과 성찰의 순간으로서 '정지'를 시각화한 호퍼의 그림에서 슈미트 교수는 삶의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공간, 잠시 멈춰 자신과 자신의 시대를 조회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철학 본연의 모습을 포착해낸다.

불안, 분노, 우울, 허무, 스트레스 등을 느끼며 삶의 가치에 대한 혼돈과 실존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고독과 외로움은 늘 경계의 대상이 되며, 멈춰 있는 시간의 무게감을 견딜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혼자만의 쓸쓸함이 동반되는 고독의 시간이야말로 깊은 사색의 행복과 충만한 삶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 즉 철학이라 불리는 독특한 공간으로의 소풍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세상이 펴냈고 가격은 1만68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