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성급한 '챗봇' 도입…행자부, 데이터는 구축됐나?

박지혜 기자 기자  2017.02.17 15:33:1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행정자치부(행자부)가 '챗봇'을 통한 민원상담서비스를 도입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행자부는 올해 대구시의 차량등록·상수도·여권 분야 등 정형화된 서비스에 챗봇을 시범 도입하고, 올해 말까지 적용기관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챗봇은 사용자가 별도로 웹사이트나 앱을 따로 실행하지 않고도 대화하듯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로 최근 민간 소셜 커머스, 금융기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공공기관 민원상담 서비스에 챗봇을 도입하기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데이터가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도입했다가 오류가 난다면 시민들의 민원만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구축업계 관계자는 "챗봇이 간단한 상담은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복잡하고 난이도 있는 문의는 시간이 걸린다"며 "아직은 도입기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질문이 모호하면 제대로 된 답변이 불가능하고,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례로 지난해 MS가 출시한 챗봇인 '태이'가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일이 벌어져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태이는 '히틀러는 옳았고, 나는 유대인이 싫다' '유대인을 가스실에 넣고 인종 전쟁을 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흑인 작가를 향해 '흑인 하인'이라는 등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스스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입력한 인종차별에 대한 단어를 그대로 따라 썼기 때문이다.

챗봇이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사용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아직 인공지능(AI)은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게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 콜센터업계 관계자 역시 "데이터를 공공기관에서 입력해야 하는데 아직 데이터가 다 구축돼 있지 않다"며 "불완전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부 구축업계 관계자들은 "챗봇이 아직 도입기라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시도가 이루어져야 실제 데이터가 모이고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데이터를 구축해야 경쟁력이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공기관이 민원상담서비스의 편의성을 위해 챗봇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서두르기보다는 데이터 구축에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