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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환율 불안 안녕" 화장품업계에 美 ODM '훈풍'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2.17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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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한령으로 대중국 교류가 경색되자 수출 부문에서 울상을 짓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화장품 분야도 중국 특수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다른 먹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다른 시장 개척이 손바닥 뒤집듯 쉽지만은 않다는 것. INI 리서치센터(INI R&C)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한 '기초화장품 산업 경쟁력 조사 보고서'는 이 같은 해외시장 개척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화장품 부문의 약점(Weakness)으로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고전 △R&D 투자 미흡 △소재개발 기술의 부족 △생계형 중소기업이 다수 △중국·동남아 지역에 수출이 80% 이상이 집중되는 수출 국가의 편중화 등을 꼽았다.

미국시장을 파고드는 브랜드 파워 마련에 그간 약한 모습을 보였고 그 대안으로 중국효과에 매달려온 것인데, 중국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이를 일거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풀이다.

다른 이슈도 있다. 바로 환율 문제다. 중국 등을 겨냥해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조작국 지정을 할 가능성이 그것.

이로 인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부문에서 대거 손실을 입지 않을까 우려가 높다. 화장품 역시 수출 상황에서 같은 품질이라면 싼값을 제시할 수 있는 가격 밴드 결정권을 상당 부분 잃게 될 전망이라, 직접적으로 수출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는 것에 족쇄가 하나 더 생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럼에도 탈출구가 전혀 없지는 않다. 바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과 ODM(주문자위탁생산방식) 이슈다. 쉽게 말하면 선진 메이커에서 레시피부터 세세한 공정에 대한 밑그림까지 모두 주고 단순 제작 쪽에 초점이 잡히면 OEM, 기술력에서 일정한 능력을 인정받고 제품 개발 등까지 파트너십을 일부 인정받으면서 하청 업무를 같이 진행하면 ODM으로 구분할 수 있다.

때문에 OEM 기업은 ODM을 하고 싶어하지만, 꼭 ODM만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며 양자를 모두 수행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하는 자체가 어려운 중소화장품 메이커로서는 탐나는 '실속 시장'인 셈이다. 판매는 잘 되는데 환율 문제로 적자가 나는 등 각종 관리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누릴 것은 많아지는 셈이다.

한국 콜마(161890)는 이미 지난해 미국 화장품 ODM업체 '프로세스 테크놀러지 앤드 패키징(PTP)'을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유통명가 신세계그룹도 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 031430)은 지난 2015년 12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한 바 있다. 이달 6일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서 드디어 관련 지각변동에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영국·미국 등의 화장품 회사에서 주문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거래 확장 가능성도 높다고 점쳐진다.

클레어스코리아 역시 마유 제품(게리쏭) 외에도 ODM 역량을 통한 회사 발전 도모를 추구하고 있다. 자회사 코스나인의 김포공장을 가동해 그간 중화권에 집중된 채널을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 시장까지 확장하는 데 눈길을 주고 있다. 

정면 승부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시장 타진을 하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우회책이 보호무역주의 강화 상황에서 요긴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특히나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 본고장인 미국이 이 같은 공략의 주요 승부처가 될 수 있을지, 아이러니컬한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