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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손으로 말해요' 수화, 만국 공통어일까?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17 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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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청각장애 등으로 소리를 듣는 데 장애가 있는 농인들의 귀와 입이 돼 주는 수화. 누구나 학창 시절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한 번쯤 배워본 적이 있을 텐데요.

수화는 나름의 문장 체계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손의 모양, 위치, 움직임, 방향 등 손으로 나타나는 것뿐 아니라 얼굴 표정과 몸의 움직임까지도 수화라고 통칭한다고 합니다.

한국인이 쓰는 언어가 다르고 미국인이 쓰는 언어가 다르듯 한국 수화도 다르고 미국 수화도 다르죠. '한국 수화'는 농인들이 쓰는 수화는 고유 수화와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수화단어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글 자모음을 그대로 손가락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영어 알파벳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농인들의 국제기구인 세계농인연맹(WFD)에서 제정한 국제수화(IS)가 존재합니다. 약 1500개의 단어로 이뤄져 있는데요.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제수화보다 미국수화(ASL)가 더 많이 쓰이는 형편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국제수화 교육도 미국수화와 국제수화가 함께 시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단어만 바꾼다고 완벽한 영어 문장이 되지 않는 것처럼, 수화 번역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그래서 텔레비전 뉴스에서 오른쪽 하단에 작게 표시된 수화 번역을 보고 있으면, 어떤 문장은 아주 짧게 끝나는데도 수화는 아주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1900년대 초부터 미국 선교사가 세운 농아학교를 시작으로 농인에 대한 교육이 시작됐고,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 수화를 배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수화가 농인들의 공식 언어로 지정된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비록 지난 1981년 국내 최초의 '표준수화사전'이 편찬됐고 10년 후인 1991년에는 교육부가 '한글식 표준 수화'를 발행하기도 했으나, 실제로 수화를 별개의 언어로 인정하고 체계를 잡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13년부터 착수한 법제화 작업 끝에 지난해 2월 '한국수화언어법'이 정식으로 공포되고 반년 후인 8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인공와우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중증의 청각장애 아동도 음성언어를 들을 수 있는 비율이 높아져 수화보다는 구화, 즉 입모양과 말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동이 수화를 사용하는 아동보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수화가 중증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죠.

특히 요즘은 매주 광화문 서울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촛불집회에 농인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수화 번역을 진행하면서 일반 시민들도 수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수화가 농인들의 법적인 공용어가 된 만큼, 앞으로 수화에 대한 꾸준한 홍보와 교육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