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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朴 대통령 모르쇠 차단 탄핵 성큼

단순 공갈 적용 시 '경제공동체' 논리 어렵고 허점 생겨…재청구 과정서 모두 보강 성공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2.17 0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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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중요 범죄 행각을 입증, 사건을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검이 넘은 것은 단순히 경제적 여파에 대한 우려 여론만이 아니다. 삼성이 전력을 다해 방어한 공갈이나 협박에 의한 상납 논리, 즉 '재벌(삼성)=피해자 논리'의 고리를 끊는 데 성공했다.

지난 영장 기각에 이어 혐의를 보강하고 논리를 재구성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이 효과를 나타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과 관련해 확실하게 큰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특검팀이 엉뚱하게 재벌 수사로 힘을 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방법론상 어려운 문제를 뒤로 돌리거나 포기하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국정농단 부분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특혜 등을 대가로 최씨의 독일 현지 법인 비덱스포츠(옛 코어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액 213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 등 박 대통령 측에 약 43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영장실질심사 끝에 17일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경제공동체론 구성 성공, 단순 최씨 전횡 발뺌 여지도 차단

법원이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판단함에 따라 뇌물 수수자인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도 커졌다는 점에서 특검팀이 어려운 문제에 매달린 보람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영장 재청구 문제는 특검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대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청구된 영장이 발부에 성공하면서, 절치부심 끝에 특검팀이 구성한 논리가 법원의 최씨 농단 관련 사건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검찰이 최씨 사건을 처음 조사할 때만 해도 박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공동체로 보는 데 주저하는 법조계 의견이 수적으로나 세력상으로나 확고히 우세했다.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점을 입증하게 되면, 삼성 등 재벌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넨 점에서 국가 전반을 부도덕한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삼았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탄핵 사유로 부족함이 없는 것. 우리 헌정사에서는 탄핵 사례가 많지 않아 부득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참조할 수밖에 없는데, 헌법재판소는 2004년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를 하는 경우 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돼 탄핵 사유가 된다"고 예를 들어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단순히 삼성 피해자론을 적용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삼성 측이 적극적으로 뇌물로 반대급부를 실현할 의사를 갖고 있었음이 부정되는 것은 물론, 삼성 측이 왜 돈을 건넸는지를 규명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최씨나 주변 인사 등이 단순히 박 대통령을 호가호위해 돈을 받아냈다는 식으로 공갈 혐의 적용을 하게 되면 '박 대통령은 몰랐다'는 항변으로 빠져나갈 여지가 생기고, 이렇게 되면 부덕의 소치일 수는 있어도 탄핵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논의가 길어지고 부정적 판단이 우세해질 수 있다. 기밀 누출 부분 등에 대해서는 탄핵의 사유까지 해당할 심각성이 부정될 여지가 높아 이것만으로는 탄핵을 하기 어렵다.

결국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스캔들이 정치적 심판은 별론으로 하고, 사법적으로는 단순히 최씨 등의 자작극 정도와 동일하게 처리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특검팀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입증해 낸 덕분에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대면) 수사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며 탄핵 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 전면 수술 논의도 높아질 가능성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등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고, 여기에 힘을 써 준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파이프라인으로 삼아) 대가를 받았다는 퍼즐을 이제 완성했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 시 이 같은 논리를 깰 정도로 언변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이번에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특검은 이제 언론플레이 등으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 조사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게 됐고, 추가적인 사항을 밝혀내기에도 월등히 유리한 국면에 서게 됐다.

정경유착 전반에 대한 도적적 비판과 사법적 단죄 필요성에 대한 법리적 입증을 충분히 해내면서, 박 대통령 측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

박 대통령과 최씨, 그 주변 인사들은 불출석, 증언 거부 등으로 검찰과 특검, 헌재 등의 일처리에 제동을 걸어왔다. 재벌들도 삼성 방패 뒤에서 여유를 부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를 풀어내면서 이제 자중지란에 의해 협조적인 진술이 공범들 입에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특검팀이 현재 높아진 재벌들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일괄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물리적 부담을 모두 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SK나 롯데 등의 비리 의혹은 특검 임기 만료 이후로 넘기면 자동으로 검찰에 넘어가는데, 이 경우 스케치의 굵은 줄기를 이미 특검이 명확히 그려준 셈이라 검찰이 용두사미로 처리할 부담도 없다.  

결국 헌재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특검팀이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벌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