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 수익률이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탁수수료 등 브로커리지 부문까지 대형 증권사가 잠식하면서 특화된 투자은행(IB) 부문 등 신규 수익원을 발굴한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이익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001200)의 작년 영업이익은 613억원으로 전년대비 0.2% 증가했다. 매출액은 7152억원으로 0.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459억으로 11.5% 줄었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체로 영업이익 감소를 나타냈다.
교보증권(030610)(721억원)이 1년 새 25.8% 줄었고 HMC투자증권(001500)(528억원, 23.3%↓), SK증권(001510)(77억원, 61.8%↓), 유안타증권(003470)(132억원, 40%↓) 등도 이익이 쪼그라들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5년 166억원에서 작년 1929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전년에 비해 적자폭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 3269억원으로, 전년 4051억원에 비해 19.3% 감소한 수준이다.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2015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줄어들면서 증권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2012년 1724조원에서 2013년 말 1437조원, 2014년 말 1459조원으로 줄었다가 2015년 말 2201조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1498조원으로 내려왔다.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브로커리지 수익도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 4분기 일평균거래대금은 7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 분기 대비 11.8% 줄어들었다.
특히 대형 증권사가 50% 이상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거래대금 축소로 인한 수익악화는 중소형사에 더 치명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도 거래대금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면서,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반등은 신규 수익원 확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006800) 연구원은 "기존 사업이 잘되거나, 자본 활용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사업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데 위탁수수료나 채권운용이익을 회복하는 게 여의치 않아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라이선스를 획득한 자기자본 4조원 대형증권사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특화·차별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특화 증권사로 출발한 키움증권(039490)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인공지능(AI) 로보알고리즘을 적용하거나 선물·옵션 매매 기술력 강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작년 11월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어 증권투자자들이 주로 쓰는 메신저 서비스인 '미스리 메신저'에 AI 기술을 통한 로보알고리즘으로 종목 발굴, 포트폴리오, 투자정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마켓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고객 보유종목을 리서치센터와 연계해 분석해주는 '이베스트프라임' 서비스와 국내외 선물·옵션 통합 매매시스템 구축, 글로벌본부 신설 등의 특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안타증권은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의 아시아지역 네트워크 및 인프라를 활용한 해외 주식서비스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증권사들과의 업무제휴(MOU)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펀드 판매 확대에 힘쓰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점포를 대폭 줄이는 대신 타 증권사가 할 수 없는 고위험·고수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장악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시켰다.
교보증권과 KTB증권(030210)은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항공기와 신재생 에너지를, KTB투자증권은 항공기 파이낸싱에 적극적이다.
이외에도 IBK투자증권은 모기업인 IBK기업은행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역량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 실장은 "증권사의 대형화가 추진되면서 증권업 전체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사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기자본이 4조원이 안되는 증권사 중에서는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고, 중소형 증권사는 특화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