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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턴어라운드' 기대…中 '큰 산' 넘어라

중국발 보조금 칼바람에 고객사 이탈 걱정…"그래도 투자 지속"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16 15: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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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5년 만에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탄 LG화학(051910)이 미래 먹거리 사업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역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발표한 각 기업의 영업실적에 따르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처음으로 삼성SDI(006400)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 부분에서 3조56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삼성SDI는 그에 못 미치는 3조4239억원을 기록한 것.

지난 2009년 LG화학의 전체 사업에서 배터리 사업은 전체 매출의 10%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의 17% 수준까지 상승했다. LG화학은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비록 현재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나 전 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 속에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몇 년 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시기가 온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국내 업체들이 이차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차전지 전문 분석기관 SNE리서치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출하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1.9GWh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대비 49.2%의 성장세에도 오히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서 4.5%로 하락했다.

LG화학의 성장세가 글로벌 기업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하된 모든 전기차에 적재된 배터리의 출하량은 42.3GWh로, 전년(26.7GWh)대비 58.6% 성장했다. 중국의 BYD는 지난 2015년에도 출하량이 3.1GWh에 달했으나 1년 사이 7.9GWh로 두 배 이상 성장하며 가볍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 정부의 도움을 기반으로 성장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매출은 확대되지만 수익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규제는 이런 현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진행한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서 국내 업체들을 모두 탈락시켰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전기차 완성차를 대상으로 진행한 보조금 대상 발표에서 국내 업체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을 전부 제외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일어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명분이 더욱 확고해진 바, 중국의 규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배터리 사업의 고객사들인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의 '변심' 역시 우려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중국 현지법인 베이징현대차가 현지 전략차종으로 올 하반기부터 생산하는 '위에동(아반떼)'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다. 현대자동차가 자사 친환경차에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더해 현대자동차는 올해로 예정돼 있던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중국 출시를 다음 해 2월로 미루기로 했다. 해당 모델에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으나 출시를 미루면서 이 역시 중국 업체의 배터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쏘나타의 경우는 신모델 출시 계획과 맞물려 시기를 조정하는 것일 뿐 배터리 업체 교체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라면서도 "중국에서 전기차와 관련해 여러 가지 규제와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니 그에 맞춰 대응 방안을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화학은 현재 적자보다는 미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사업 확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으로 중대형 이차전지 시장에서의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국 난징의 배터리공장 가동률을 올해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보조금 이슈 등 대외 요인에 막혀 현지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같은 중대형 이차전지 사업인 ESS(에너지저장장치) 생산 등을 통해 상호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중국에 위치한 난징 배터리 공장을 증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장 옆 비어있는 부지에 새 건물 2개동을 건설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미 공장 증축은 지난해부터 정해진 내용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일단 건물만 확장하고 있고 그 안에 들어갈 라인 및 생산 제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률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LG화학이 지금 당장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을 가동하는 의미라기보다는 투자 여력이 있을 때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증축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