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15 17:52:28
[프라임경제] 이른바 '금수저'로 불리는 기업 2·3세들의 횡포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폭행, 기내난동 등 전형적인 갑질 횡포는 귀여운 수준이다. 이번엔 대출사기 사건까지 발생해 죄질이 극히 나쁘다는 비난이다.
가짜 공사도급계약서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6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받아 챙긴 가정용 가스기기 생산업체 사장이자 '2세 경영인'이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져 부유층 자식교육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현선)는 공사도급계약서를 가짜로 꾸며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은행으로부터 6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상법 위반 등)로 가정용 가스기기 생산 보급업체 라니의 전 대표 강원우씨를 지난 6일 구속했다.
강씨는 국내 대표 가스기기 생산업체 린나이코리아(이하 린나이)의 창업주 강성모 명예고문의 차남이다. 라니는 린나이의 계열사로 설립됐으나 지난 2010년 계열 분리됐고, 5년 만인 2015년 결국 부도를 맞았다.
라니는 지난 1978년 라니산업주식회사로 출범했다. 린나이의 1대 계열사로 각종 가스레인지와 가스난로, 원적외선 히터 등을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공급해왔다. 2007년에는 매출 427억원까지 기록하며 성장했으나 린나이와의 결별 후 매출이 급감하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에는 흑자로 전환하며 과감하게 생산공장 신축·신사옥 준공 등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했으나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013년 인천에 생산공장을 신축한 후 자금난을 겪자 공사도급계약서와 공사비용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공사대금을 90여억원으로 부풀렸다. 이를 은행에 제출해 67억원을 대출받았고, 결국 구속되기에 이른 것.
이에 대해 린나이 관계자는 "강원우씨가 강성모 창업주의 차남인 것은 사실이나 린나이와 라니는 이미 지난 2010년 계열 분리된 타사나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라니와 강원우씨의 문제일 뿐 린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비록 계열분리가 이뤄지긴 했어도 라니의 회사 지분 전체를 강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양사 간의 연결고리가 존재하기 때문. 애초 린나이의 명성을 빌린 사기 행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라니의 지분구조는 대표이사 강씨와 친인척이 100% 소유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린나이는 강성모 창업주의 장남인 강원석 전 사장이 경영했으며 이후 2013년 현 강영철 사장이 취임했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유통 및 애프터서비스(A/S) 등을 린나이 대리점 등에서 위탁 형식으로 받아주고 있었다는 점도 이런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일을 개인의 사고로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매진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하는 대신 오히려 문제를 키운 LIG건설 사기성 CP 발행과 유사한 작태라고 라니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