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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의 자취생존기] 자취방에서 벗어나 '나와의 데이트' 즐기기

김수경 기자 기자  2017.02.15 16: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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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추운 겨울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요즘, 나의 주말은 항상 이불 안이지. 폭신폭신한 섬유유연제 냄새 솔솔 나는 이불 안에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니까?

그런데 말이지, 계속 추운 날이 반복되면서 이불 안에 있다 보니 슬슬 지겨워졌지 뭐야. 이불 안에서 귤 까먹으며 드라마나 영화만 주야장천 보니 살만 뒤룩뒤룩 쪘어. 그래서 오랜만에 이번 주말은 밖에서 보낼까 생각 중이야. 누구랑 놀 거냐고? 당연히 '나 혼자'지.

최근 '혼밥족' '혼술족'이라는 말과 함께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어. 정말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는 말의 줄임말)이지만, 그만큼 혼자만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혼자 노는 사람에 대해 '안쓰럽다'는 인식 강했어. 코 흘리던 시절 즐겨봤던 한 개그 프로그램 속 개그맨은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지"라는 유행어와 함께 혼자 노는 사람들을 희화화한 적 있지. 기억나니?

사실 그때만 해도 혼자 노는 사람은 왕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어. 나 역시 어릴 때는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거든. 그러나 현재 은둔형 외톨이 영역으로 여기던 '혼자 놀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어.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성인 15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무려 절반이나 자신을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했대. '방해받지 않을 수 있어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싫어서' '효율적일 것 같아서' 등이 이유로 쏟아졌어. 

'혼영족(혼자 영화 보는 사람)'도 많아졌대. CJ CGV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인 관객은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다고 하네. 인터파크도 조사했는데, 홀로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사람은 2005년 11%에서 2015년 34%까지 증가했대.

나는 오늘 혼자 어떻게 보낼 거냐고? 우선 만화방에 갈 거야. 예전 만화방을 떠올리면 퀴퀴한 냄새가 즐비한 공간이지만, 요새 만화방 달라. 쾌적하고 아기자기한 환경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만화를 즐길 수 있어. 

나는 가서 딸기 스무디 한 잔 먹으려고. 그러면서 도톰한 담요를 덮은 뒤 쿠션에 반쯤 몸을 기댄 다음 제일 좋아하는 만화 유리가면을 다시 한번 정독할 생각이야. 

만화를 읽고 나오면 노래방도 갈 거야. 사실 노래방은 혼자 가기 조금 머뭇거렸는데, 한 번 도전하면 쉽더라고.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혼자 가기 조금 힘들다면 코인 노래방이나 1인 노래방을 추천할게. 

실컷 노래를 부른 다음에는 달콤한 디저트가 있는 개인 카페에 가 독서를 할 예정이야. 그곳 토스트가 참 맛있는데, 길고양이가 멋대로 들어와 놀아달라고 애교 부리는 모습이 아른거려서 자주 가. 

너네도 이번 주말 춥다고 좁은 자취방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와서 '나와의 데이트'를 즐기는 건 어때? 내가 말한 곳 말고도 혼자 즐길 곳은 무궁무진해!